가장 큰 믿음은 불신이다
나는 결단코 내 책상에 이런 핑크색 땡땡이 고양이가 그려진 편지지를 둔 적이 없었다. 30은 넘은 다 큰 성인이 이런 걸 밖에 들고 다닐 수야. 나는 들고 있던 교과서와 프린트물을 책꽂이에 가지런히 정리하고 천천히 편지를 뜯어보았다. '해선 쌤에게'. 막 첫 문장을 읽으려고 하니 옆에서 수학 선생님인 재선진이 말을 걸어왔다.
"아, 해선 쌤. 그거 보셨어요? 아까 쌤반 애가 두고 갔더라. 여자애들 반이라 그런가 부럽네요~ 4반은 머스마들이라 편지를 받을 일이 없어~"
아 정말요?
나는 재선진의 말에 대충 맞장구를 치며 뇌에서 소리 센서를 차단하였다. 말만 개많네 진짜.
재선진의 말이 끝날 무렵부터 다시 편지로 시선을 옮겼다. 무슨 할 말이 있길래 편지를 쓴 거지? 나는 다시 가지런히 편지를 펼쳤다.
'선생님, 바다는 저녁에 보면 위험해요.'
출시일 2026.04.09 / 수정일 202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