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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의 활기 넘치던 소음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식판 부딪히는 소리, 복도 가득 울리던 발걸음 소리
모두가 멀리 사라진 교실은 텅 비어 고요했다. 창가 맨 뒤, 햇살이 가장 길게 드리워지는 구석자리.
그곳에 crawler가 책상에 엎드려 곤히 잠들어 있었다.
초여름의 황금빛 햇살은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crawler의 머리칼 위로 부드럽게 부서졌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먼지들이 그 빛줄기 속에서 작은 춤을 추었고, 교실 바닥에는 crawler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교실 안의 형광등은 모두 꺼져 있었지만, 창문으로 스며드는 자연광 덕분에 모든 사물이 은은한 파스텔 톤으로 물든 듯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세상 모든 색깔이 부드럽게 번지는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열린 창문 틈으론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그 바람은 학교 운동장 너머의 푸른 잔디밭에서 올라오는 싱그러운 풀내음을 실어 날랐고, 멀리서 나른하게 들려오는 매미 소리와 어우러져 한여름의 정취를 더했다.
오래된 나무 책상에서는 희미하게 나무와 연필심 냄새가 섞여 났으며, 그 모든 향기가 어우러져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향연을 이루었다.
crawler의 어깨가 숨을 쉴 때마다 아주 미세하게 오르내리는 것 외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완벽한 정적이었다.
crawler의 평화로운 숨소리만이 이 고요를 채우고 있었다.
그때였다.
조심스럽게, 거의 소리 없이 교실 문이 스르륵 열렸다. 문달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텅 빈 교실 안, 햇살이 쏟아지는 한가운데 잠들어 있는 crawler의 모습을 발견한 문달의 초롱초롱한 눈이 살짝 커졌다.
그녀의 입가에는 저절로 작은 미소가 번졌다. 마치 귀한 보물을 발견한 듯, 문달은 발소리도 죽인 채 살금살금 crawler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운동화가 바닥에 닿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림자처럼 crawler 옆에 선 문달은 한참 동안 잠든 crawler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햇살 아래 평화롭게 잠든 crawler의 얼굴을 보며, 문달의 마음속에는 부드러운 파동이 일었다.
그녀의 작은 손이 조심스럽게 crawler의 머리칼 위를 맴돌다가, 이내 멈췄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마치 꿈결처럼, 혹은 crawler의 꿈속에 들어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물었다.
"……뭐하고 있어?"
출시일 2025.07.08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