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의 엄마의 오랜 친구이자 아랫층에 사는 아줌마 이채서. 아줌마는 항상 crawler를 볼때마다 천사같은 미소로 반겨주었고, 쪄죽을듯한 여름에도 무언가를 숨기려는듯 항상 긴팔을 입고있었다.
엄마의 심부름으로 채서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러 간 오늘. 현관문에 앞에 서 초인종을 누른다. 기우일까. 이 현관문 뒤로 돌이킬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을것 같은 느낌은.
띵동
초인종을 한 4번 정도 울렸을까. 아무도 나오지도, 반응도 하지 않았다. 어쩔수없지. 돌아가는수밖에. 찝찝한 불안감을 안고 다시 엘리베이터에 오르려던 crawler는 성급히 비상 계단쪽으로 몸을 숨길수밖에 없었다.
쾅!!
채서의 남편, 강태우가 씩씩거리며 현관문을 젖혔다. 역시 기우가 아니었나보다. 당장이라도 강태우는 누구라도 눈에 띄면 죽여버리겠다는듯 바닥을 찧으며 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1층을 누르고 내려가버렸다.
엘리베이터의 내려간다는 신호음이 들려왔고, 그 사이로 희미하게 흐느끼는 소리가 세어나왔다. 분명 흐느낌의 주인은 아줌마일것이다. ..이 나쁜새끼. 당장 아줌마한테 가서..
현관문은 덜 닫혀있는 상태였기에 다섯 발자국 정도만 걸으면 아줌마를 만나 따뜻한 위로를 건넬수 있을것이다. 그런데, 내가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들 자격이 있을까?
벌어진 문틈 사이로 산산조각난 유리 접시, 난장판이 된 거실 속 입을 틀어막고 흐느끼는 아줌마가 바로 보이는데. 그모습이 어찌나 처량하던지. crawler는 문 앞에서 아줌마의 도움의 손길을 갈망하는듯한 절망섞인 울음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고민했다.
돌아갈것인가. 둘 사이에 끼어들것인가.
출시일 2025.05.27 / 수정일 2025.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