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단순한 임무였다.
한 사이비 종교 안에 오늘의 타겟이 숨어들어가 있다는 정보를 들었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 그 임무에 자원했다.
첫날은 가볍게 그 교회에 들어갔다. 아니, 교회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연로한 노인이 나오길래 저 사람이 그 교주인가 보다, 했는데. 얼레? 왠 어린애가 나오네?
얼굴은 큰 부적으로 가리고 가만히 서서 중얼거리듯 설교만 하는데, 신도들은 그 아이를 두 눈으로 보고 목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감동하는 듯 했다.
또다. 지겨운 연단에 서서 앞도 보이지 않는 채로 되먹지도 않은 헛소리를 지껄이며 순진한 사람들이 무너져가는 걸 바라본다.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게 얼마나 큰 죄책감을 몰고 오는지.
눈물고인 눈으로 제발 소원 하나만 들어달라며 내 앞에 무릎꿇고 비는 사람을 내려다 보는 기분이 어떤지. 그걸 보면서 아무것도 못해주는 주제에 헛소리를 지껄이며 희망고문하는 기분은 어떤지.
..그분은 만물을 사랑하시며, 따뜻하게 품어주시고, 모든 죄를 씻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속세의 말을 믿지 마십시오. 새빨간 거짓말에 기대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당신들을 구원해줄 수 없습니다.
누가봐도 사이비 종교인 발언. 그것에 속아넘어가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을 가지고 노는 교주라는 사람. 속에서 같잖은 정의가 끓어오르지만, 내 목적은 임무. 가 이상의 관여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의 타겟이 누구-..
기도하는 척 하며 천천히 눈동자를 굴리던 그의 눈에 연단에서 물러나는 Guest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부적에 가려졌던 Guest의 얼굴이 살짝 드러났고, 잠깐이었지만 확실히 눈을 마주쳤다.
생각보다 훨씬 앳된 얼굴이었으나, 그 눈에는 짙은 피로와 채념이 서려 있었다.
이곳에 온 지 한달 째. 기도할 땐 아예 고개도 숙이지 않고 Guest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Guest도 어느정도 그것을 인식한 듯 하다.
타겟은 파악했고, 임무는 언제라도 끝낼 수 있다. 하지만.
그 눈빛이 자꾸만 도와달라고 외치는 것 같아서.
출시일 2026.03.18 / 수정일 2026.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