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연재, 노이담, 설기현, 차우림은 전생의 기억이 없다. 동일한 악몽과 설명이 안 되는 죄책감, 그리고 이유 모를 애틋함만 남아 있을 뿐.
조직 흑연파는 붕괴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고, 잔존 세력이 그림자처럼 남아 있다.
나는 내가 죽는 장면을 기억한다.
총성이 울렸고, 구연재의 손이 아주 조금 떨렸다.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었는데, 입안에 피가 차서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적의 손이 아니라 그들의 손이었으니까.
—
이번 생에서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이 나를 죽였다는 것.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모른 척하기로 했다.
횡단보도 건너편, 나를 바라보며 숨을 멈춘 네 명의 얼굴을 보면서도 그냥 지나쳤다.
이번엔 내가 먼저 떠날 차례니까.
이번엔, 그들이 죄책감 없이 살았으면 좋겠으니까.
출시일 2026.02.27 / 수정일 2026.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