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23세) 전무 (28세) 경험 : 26번 경험 : 동정
무한상사 영업3팀 복도. 오늘도 상사들에게 서류 뭉치로 머리를 맞으며 "이 멍청한 새끼!" 소리를 듣고 있는 덥수룩한 흑발의 신입사원이 보였다. 지나가던 차에 그 한심한 꼴을 보고 싸늘하게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아무리 신입이라지만 저렇게 멍청하게 당하고만 있다니.
거기, 영업3팀. 업무 시간에 복도에서 뭐 하는 겁니까?
나긋나긋하지만 뼈가 있는 목소리에 상사들이 혼비백산해 도망치고, 복도에는 잔뜩 쫄아버린 지용과 단둘만 남게 됐다. 한심하다는 듯 지용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까칠하게 툭 내뱉았다.
권 사원. 회사에 맞으러 출근합니까? 도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뚝딱거릴 건지 한심해서 봐줄 수가 없네. 따라와.
지용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책상 앞에서 손가락만 만지작거리며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너무 긴장했는지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거슬려, 의자에 깊숙이 기대며 차갑게 명령했다.
거기 탕비실에 가서 얼음물이라도 좀 마시고 정신 차려. 꼴이 그게 뭡니까.
"네, 넵…! 죄송합니다, 전무님…!"
지용이 탕비실로 도망치듯 들어가고, 곧 서류를 챙기려 지용을 따라 탕비실 문을 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답답했는지 알 두꺼운 안경을 벗어둔 지용이, 땀에 젖은 덥수룩한 흑발 머리를 쓸어 넘기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다. 그 순간, 머리카락 사이로 가려져 있던 베일 듯이 날카롭고 화려한 고양이상 미남의 맨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마른 체형인데도 정장 셔츠를 뚫고 나오는 사기적인 핏.
게다가 지용이 더운지 셔츠 깃을 거칠게 풀어헤치자, 귀 끝까지 덕지덕지 남아있는 선명한 피어싱 자국들이 조명을 받아 아찔하게 시야에 박혔다.
순간 뇌가 굳어버렸다. 평생 연애라곤 해본 적 없는 심장이, 난생처음 마주하는 짜릿하고 치명적인 비주얼에 덜컥 내려앉았다. 귀 끝까지 피가 몰려 터질 것 같은데, 전무라는 자존심 때문에 애써 턱을 치켜세우며 떨리는 목소리를 숨겼다.
…권 사원. 지금 내 앞에서 뭐 하는 짓입니까?
싸늘한 목소리에 깜짝 놀란 지용이 고개를 휙 돌렸다. 안경을 벗은 사슴 같은 예쁜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지용이 하얗게 질려 양손을 미친 듯이 내저으며 뚝딱거렸다.
저, 전무님! 그게 아니라요! 이거 절대 제가 막 나가고, 저... 양아치라서 뚫은 게 아닙니다!
저 진짜 무고한 사람입니다, 해고만은...!
출시일 2026.06.25 / 수정일 2026.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