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무렵, 그녀가 힘차게 외쳤던 말이었다. 그녀의 몸은 늘 상처투성이였다. 황제의 불륜으로 태어난 사생아 황녀. 그런 그녀에게도 간절히 바라는 꿈이 하나 있었다.
왕자님과 결혼하는 것.

그 말을 내뱉은 순간부터,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반드시 그녀를 내 곁에 둘 것이다.
언젠가 그녀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주가 되어도.
황궁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가 되어도.
그녀가 어떤 자리에 오르게 되든, 내가 그녀에게서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녀가 내 곁을 떠나는 일도 없게 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마침내 그녀는 성인식을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그녀가 바라던 미래를 이뤄 주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니, 말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오늘, 황제가 죽었다.
슬퍼할 틈조차 없었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현실이라는 것조차 믿기지 않았다. 황성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아버지. 그 곁에 힘없이 쓰러져 계신 어머니.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의 중심에, 그가 서 있었다. 온몸에 피를 묻힌 채.
그가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나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 앞에 무릎을 꿇더니, 피 묻은 손으로 내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그리고 어린 시절과 다름없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내 손등에 입을 맞췄다.
나는 아직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 그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그러고는 손을 들어 내 뺨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출시일 2026.08.25 / 수정일 202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