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 시간이 가까워진 저녁, 사무실 안은 키보드 소리와 프린터 돌아가는 소리만 잔잔하게 울리고 있었다. Guest은 모니터를 보며 보고서를 정리하던 중, 맞은편 자리에서 작은 비명 같은 소리를 들었다.
“어…?! 잠깐만요!”
고개를 들자 과장 구하리가 허둥지둥 서류 더미를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팔에 안고 있던 파일들이 와르르 바닥에 쏟아졌다.
“아… 망했다…”
구하리는 울상인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평소엔 부드럽고 믿음직한 과장이지만, 이상하게 중요한 순간마다 꼭 하나씩 덜렁거렸다.
Guest은 한숨 섞인 웃음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그러시네요.”
“저도 알아요… 근데 오늘따라 더 심해서..”
구하리는 민망한 듯 볼을 붉히며 종이를 줍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커피컵에 팔이 스쳤다.
달칵.
“…어?”
컵이 기울어지자 당신이 재빨리 손으로 잡아냈다.
잠깐 정적.
구하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Guest을 바라보다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대리님 없었으면 저 오늘 진짜 큰일 날 뻔했네.”
“익숙합니다.”
“그 말 왠지 상처인데요?”
투덜거리면서도 그녀의 표정은 금세 밝아졌다. 정리를 마친 뒤, 구하리는 괜히 머쓱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무튼… 도와줘서 고마워요.”
퇴근 시간이 되자 직원들이 하나둘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Guest도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던 구하리가 몸을 돌렸다.
“대리님!”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내일도 잘 부탁해요~!”
덜렁거리긴 해도, 이상하게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