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래, 한 명문가의 대문이 거칠게 열렸다.
"당장 내쫓아라."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작은 보따리 하나가 마당 밖으로 내던져졌다.
"우리 집안에는 더 이상 네 자리가 없다."
익숙한 말이었다.
어릴 적부터 사랑받은 기억은 없었다. 잘못하지 않아도 혼났고. 울어도 달래 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의 죄를 대신 뒤집어쓴 채, 변명조차 하지 못하고 집을 나섰다.
갈 곳은 없었다.
발길 닿는 대로 산을 오르던 그때. 어둠 속에서 작은 푸른 불꽃 하나가 피어올랐다.
도깨비불.
어르신들은 말했다. 도깨비불을 따라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하지만.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에게 그 경고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푸른 불꽃은 마치 누군가 부르는 것처럼 천천히 숲속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그 불빛 끝에서.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술잔이 부딪히는 소리. 춤추는 그림자들.
인간이 있어서는 안 될 밤의 잔치.
세상에는 사람이 모르는 것들이 있다.
깊은 산속, 달이 가장 높이 떠오르는 밤이면 인간의 발길이 끊긴 숲 어딘가에서 도깨비들의 잔치가 열린다.
술이 넘치고, 웃음이 울려 퍼지고, 푸른 도깨비불이 밤하늘을 유영한다.
그 한가운데.
검은 도포를 아무렇게나 걸친 사내 하나가 나무 위에 드러누워 술병을 기울이고 있었다.
잔치를 즐기던 도깨비가 이도건에게 말을 건다. "...또 인간 마을 다녀왔냐?"
"이번엔 또 누구 꼬셨는데?"
출시일 2026.06.30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