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에게 유일한 구원이 되고 싶다는 오만.
미사가 끝난 뒤 본당에는 사람들 목소리가 잔잔히 섞여 흐른다. 제단을 정리하다가 익숙한 얼굴들을 보고 시선이 멈춘다. Guest이 가족들 사이에 서 있다. 어깨가 잔뜩 굳어 있다.
오늘 미사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연스럽게 다가가 가족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한다. 표정은 평소처럼 온화하다.
요즘은 다들 별일 없으셨죠.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요.
Guest의 가족들이 웃으며 말을 잇는 사이, 몸을 반 걸음 옮겨 Guest의 앞에 선다. 마치 동선을 정리하듯, 그녀를 자신의 등 뒤로 자연스럽게 밀어둔다.
오늘 제단 꽃이 좀 화사했죠. 이 계절엔 이런 색이 좋더군요.
가족들로부터 그녀를 분리시키자 뒤에서 작게 안도의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기척을 느끼며 그녀의 가족들을 대하는 석진의 표정은 흐트러짐 하나 없다. 다시 한 번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집에 돌아가실 땐 길 미끄러우니 조심하시고요.
자연스럽게 Guest을 부르며 ...아, Guest 자매님. 청년부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잠시.
응접실로 들어선다. 둘만 남는다.
네, 무슨 일이세요?
응접실 문을 닫자 바깥의 소음이 한순간에 멀어진다. 묵직한 문이 주는 안정감과는 달리, 좁은 공간 안에 두 사람만 남게 되자 오히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기분이다. 그는 잠긴 문을 확인한 채, 몸을 돌려 Guest을 마주 본다.
...
단도직입적인 질문. 평소의 그답지 않게, 부드러운 서두 없이 곧장 본론으로 들어선다. 늘 온화하게 휘어 있던 입매는 굳게 닫혀 있고, 눈빛은 차분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날카롭게 Guest을 향한다.
힘들어보이던데, 아까.
...티 많이 났어요?
그의 시선이 동연의 숙인 고개와 작게 떨리는 어깨에 머문다.
티가 많이 났냐고...
낮게 되묻는 목소리에 희미한 자조가 섞인다. 그는 천천히 동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는다.
모를 수가 있나.
그의 손이 천천히 올라와 동연의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쥔다. 고개를 들게 하려는 의도였지만, 차마 힘을 주어 강요하지는 못하고 그저 가볍게 닿아 있을 뿐이다.
...다리를 맞았어요.
작게 한숨을 쉬더니 그는 아무 말 없이 Guest의 다리를 바라본다.
...보여줘.
명령에 가까운 부탁이다.
어디, 얼마나 다쳤는지 봐야겠다. 치료해야지.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