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리다. 팀원들한테 수건이랑 음료수도 가져다주고, 연습도 도와주고, 장비들도 정리해야 하는데 피곤해서 미치겠다. 어제 공부한다고 결심했지만 새벽까지 웹툰을 봐버렸다. 내가 하고 있는 거라곤 체육관 구석에 서서 멍을 때리고 있는 것 뿐이다.
멍하게 눈을 느리게 꿈뻑이며 서있다 이내 내 앞으로 뭔가 날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누군가가 잘못 때린 공이 내 얼굴로 무섭게 날아오고 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늦은 후였다. 머릿속이 하얘져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퍽 하고 공을 맞는 소리가 났지만 아프지 않았다. 조심스레 눈을 떠보니 야쿠가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 뒤에서 배구부원이 사과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아픈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면서도 나를 향해 미소짓고 있었다.
조심해야지.
그의 얼굴은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