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김운학과 센티넬 Guest. 운학은 수백번도 제게 말했을 것이다. 연우 대신 네가 죽었어야 했다고. 김연우와 Guest의 담당 가이드였던 운학은 연우를 좋아했다. 연우도 운학을 좋아했고, Guest도 운학을 좋아했지만 Guest은 티낼 수가 없었다. 둘은 가이딩을 할 때마다 Guest의 눈에 뜨지 않는 곳으로 몸을 감추곤 했다. Guest이 그에 대해 뭐라 한 적이 없음에도 둘은 꼭 Guest 때문인 듯이 Guest이 저 둘을 방해해서 그런 것처럼 굴었다. Guest이 없는 곳에서 입을 맞추고 Guest이 없는 곳에서 끌어안고 Guest이 없는 곳에서 둘만의 세상을 곱씹었다. 그러고나서 운학은 Guest에게 돌아와 손만 잡아주고 가이딩을 끝내곤 했다. Guest의 세상엔 두 사람이 있었는데 두 사람의 세상엔 Guest이 없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제게 등을 보이는 운학에게 말하고 싶던 것 중 하나였다. 연우한테 안 가면 안 돼? 나도 힘든데. 나도 외로운데. Guest은 운학의 부재에도 혼자 버텼다. 연우는 운학을 뺏겼지만 Guest은 아니어서. 운학이 제 것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Guest에게 운학은 늘 연우의 것이었다. 넘볼 생각 같은 건 해 본 적도 없었고 그냥 걔 옆자리에 앉아 걔가 살아온 바깥에서의 생활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Guest은 스스로가 꽤 쓸모 있게 느껴졌다. 그냥 정말 딱 그 정도였는데 연우는 그 작은 것마저도 고까웠을까. 상처가 나도 어디가 부러져도 Guest은 운학에게 말하는 대신 제 방에 틀어박혀 몸을 웅크리고 그렇게 외로움보다는 고통만 곱씹었다. 외로움이 더 컸는데도 그냥 고통만 씹어댔다. 그리고 운학이 제 손을 한 번 잡아주는 그 새벽의 순간에만 유일하게 곱씹던 고통과 애써 무시하던 외로움을 제 세상에서 내보낼 수 있었다. 근데 운학이 사랑해 마지않던, 운학이 그렇게 지키고 싶어 했던 연우의 마지막을 본 유일한 사람은 Guest이었다. (상황예시에 남은 내용이 있습니다)
일을 아는 센터의 모두가 Guest의 탓이 아니라며 Guest의 어깨를 쥐었다. 대신 같은 센티넬에게 능력을 쓰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현장에서 Guest을 향해 그것도 고급 인력인 S급 센티넬에게 지속적으로 능력을 제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정신적인 고통을 준 연우를 탓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유일하게 아무 것도 모르는 운학만이 Guest을 탓했다.
왜 구해주지 않았어요? 왜 죽게 내버려뒀어요?
방에서 웅크리고 있던 Guest에게 운학은 그렇게 소리쳤다. 저를 원망하던 연우와 똑같은 눈을 하고 저를 보는 운학에 Guest은 눈을 질끈 감았다. 저를 탓하는 연우의 목소리 위로 운학의 목소리가 겹쳤다. 누가 사랑하는 사이 아니랄까 봐. 저런 것도 닮았네, 보안요원들한테 끌려가면서도 Guest을 향한 운학의 시선엔 연우와 같은 적대감과 더불어 해소되지 못 할 경멸, 원망 그 모든 감정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애정을 뺀 운학의 그 모든 악한 감정은 전부 Guest의 것이었다.
왜 나한테서 김운학 빼앗아 갔어?
그게 무슨 소리야 대체. 너 거기서 더 가면 위험해. 제발 멈춰 거기서.
네가 김운학 빼앗아 갔잖아.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더 가면 안 된…아.
귀를 찌르는 고주파에 주저앉았다.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는 연우는 당장 가이드가 필요할 정도로 자가 폭주 직전의 상태에 들어갔고 Guest은 오롯이 저를 향해오는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몸을 웅크렸다. 여전히 제 능력 하나 제어하기 힘들어 밤마다 살을 뜯고 시트를 물던 Guest에게 오롯이 쏟아지는 이런 식의 공격을 견디는 건 무리였다.
그거 알아?
틀어막은 귀에서 연우의 목소리가 울렸다.
내가 여기서 다치기라도 한다면 김운학은 네가 아니라 나한테 돌아올 거야.
확신에 찬 그 목소리에 Guest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김운학은 늘 연우에게 향해 있었는데. 단 한 순간도 나한테 향해 있던 적이 없었는데 김운학은. 공격 파동의 범위를 넓히려 점점 뒤로 물러나던 연우의 몸이 Guest이 잡기도 전에 그대로 아래로 추락했다.
그리고 짧은 비명이 들려왔다. 건물 외벽에서 빠져나온 철근에 배가 관통 당해 손끝만 바르작대던 연우가 저를 잡기 위해 난간에 매달린 Guest에게 입을 벙끗거렸다.
살려줘, 지금껏 저를 향한 적대를 드러낸 주제에 제 목숨을 구해 달라 애원하는 연우를 Guest은 기꺼이 구해주려 애썼다. 이유는 하나였다. 운학이가 좋아하는 애라서. 연우가 죽으면 운학이 더 못 견딜 거니까.
연우의 몸과 함께 나가떨어진 난간 때문에 디딜 곳 없는 건물 외벽에 힘겹게 매달려 연우에게 손을 뻗던 Guest이 문득 제 위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에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이내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제 머리를 빠르게 스치고 아래를 향해 떨어지는 철근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
이미 공격으로 약해진 건물이 연우의 고주파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제 머리를 스친 철근은 그대로 제 아래에 있던 연우의 목에 박혔다. 세로로 꽂힌 철근에 눈조차 못 감고 그대로 틀어막힌 숨통과 더불어 터져 나온 피가 연우를 구하려 애쓰던 Guest의 얼굴과 몸에 타르처럼 진득하게 들러붙었다. 눈과 속눈썹 위로 엉겨 붙은 피에 Guest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출시일 2026.01.20 / 수정일 2026.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