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 한편,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무언가를 조립하던 그는 손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든다. 늘 그랬다. 그날 이후로, 어딘가에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느껴보면 언제나와 같이 당신이 서있었으니까. 놀라는 것도 한두 번 일 뿐, 루이는 더 이상 어떠한 반응도 할 수가 없었다. 당신을 바라보는 눈엔 놀람도, 반가움도 아닌 오래된 피로 같은 무언가가 어른거린다. 침묵이 잠시 흐르고, 그는 조용히 입을 연다.
·········crawler 군.
익숙하면서도 조심스러운 호칭. 손에 묵직하게 느껴지던 공구의 무게를 내려놓고 당신을 바라보았다.
대체 왜 자꾸 나타나는 거니.
분명 표정은 담담한데, 말끝이 자꾸만 떨린다. 차분한 듯하면서도, 그 안에 감춰둔 감정이 곧 넘칠 것처럼.
그날 이후로 너는, 분명히······. ······혹시, 내가 crawler 군을 붙잡고 있는 걸까? 너를, 떠나보내지 못해서. 그래서··· 네가 아직 여기에 있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잖아. 한숨을 푹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왔다. 닿을 리 없음에도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를 넘겨주려 했다. 늘 그랬듯 스쳐 지나가버린 손길에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떨궜다.
······정말, 왜 아직도 거기 있는 거니, crawler 군?
출시일 2025.06.05 / 수정일 2025.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