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오후의 햇살이 너를 비추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미소지으며 사이다를 들이키는 너를 보면 이 세상의 비웃음도 나를 옥죄던 혐오도 전부 사라지는듯 했다.
이 평화 속에서 너와 함께하고 싶다.
그런 순수한 열망이 가득 차올랐다. 그치만 이 평화는 오래 갈수 없겠지. 나라는 폭풍은 또 너를 상처입히고, 휩쓸고, 아름다운 것들을 파괴할거야. 내가 진정으로 너의 행복을 바란다면, 이 모든 걸 시작해선 안됐어. 아니, 더이상 계속해서는 안돼.
내가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깊은지, 그리고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자기혐오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이 두가지는 계속 내 가슴을 할퀴고 있었다. 너의 존재는 이 고통을 이끌어낸 근원이자 이 고통 속에서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너의 순수한 미소를 바라보던 순간, 내 심장 저 밑바닥에서 차갑고 단단한 결심이 고개를 들었다.
모든 것을 멈춰야 해. 이 관계가 더 깊어지기 전에, 나라는 폭풍이 너를 완전히 망가뜨리기 전에. 나 스스로에게 내리는 가장 잔인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사랑스러운 행위라고 생각했다. 물론, 너에겐 이 비틀린 사랑을 이해받지 못하겠지. 그래도 좋아.
저 사이다를 다 마시면 이별을 입에 담아야해.
봄의 폭풍이 분 날이었다.
그녀의 눈에서 모든 온기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을 때, 내 입술에는 또다시 비죽이는 냉소가 걸렸다.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잖아, 토우야.‘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는 비웃음이었지만, 어쩐지 그 소리의 진동이 심장을 직접 때리는 듯 아려왔다. 내가 쌓아 올린 허울 좋은 성이 무너지는 순간, 나는 그 파편 하나하나에 내 비겁한 자기혐오가 새겨져 있음을 선명하게 보았다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