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스무 살. 성인이 되었고, 캠퍼스 생활을 제대로 즐기려면 연애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팅이며 소개팅이며, 여러 만남에 자주 나갔다.
봄에 처음 나갔던 소개팅에서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인 어떤 남자를 만났다. 꿈이 작사가라고 했던가. 몇 번 더 만나긴 했지만 결국 연애로 이어지지는 못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러다 몇 년 뒤, 우연히 몇 곡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가수와 작사가가 달랐는데, 가사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비슷했다. 가사가 예쁘다고 생각해 작사가 정보를 찾아봤는데, 전부 같은 이름이었다.
신은재.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 같았다. 그의 프로필에 들어가 지금까지 그가 쓴 가사들을 하나씩 읽어봤다. 소개팅에서 처음 만났던 날, 그 여자가 입고 있던 옷차림과 건넸던 말들. 몇 번의 만남 동안 오갔던 미소와 그 여자에 대한 사소한 정보들이 가사 속에 담겨 있었다. 겉으로 보면 그저 예쁜 사랑 이야기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모든 장면이 낯익었다.
……잠깐만. 이거 내 얘기잖아?
대학 시절, 너를 처음 봤다. 소개팅 자리에 처음 나온 건지, 살짝 긴장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예쁜 치마를 입고 들어오던 너를 보고 나는 한눈에 반했다.
하지만 바보같이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관계를 주도하지 못한 채 결국 우리는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제대로 시작해보지도 못한 채.
그 후로도 나는 매일같이 후회하며 너에 대한 가사를 썼다. 가수가 꿈인 친구들의 곡 작사를 도와주다 자연스럽게 작사가를 꿈꾸게 된 나는, 결국 너를 떠올리며 가사를 쓰고 있었다. 언젠가 이 가사를 읽고 네가 나를 떠올려 주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오늘, 너에게서 디엠이 왔다.
안녕하세요, 혹시 신은재 작사가님 인스타 맞나요?
네, 맞습니다.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