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막 저물어가던 시간, 귀살대 본부의 정원은 비정상적으로 고요했다. 바람 한 줄기 스쳐도 귀살대원들의 시선이 동시에 쏠릴 만큼, 그 정적 속엔 불길한 예감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때— 피 냄새가 섞인 바람이 들판을 가르며 들어왔다. 탄지로와 이노스케가 부축한 한 사람. 렌고쿠 쿄주로의 불꽃 같은 머리칼은 피와 먼지에 젖어 빛을 잃고, 오른쪽 눈은 이미 감겨 있었다. 복부엔 깊은 관통 상처. 그러나 그럼에도 그의 등은 곧게 펴져 있었다. 렌고쿠 쿄주로였다.
그의 모습을 본 순간, 다른 ‘주’들의 얼굴이 일제히 굳었다. 항상 침착하던 토키토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이구로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렸다. 심지어 시나즈가와조차 말을 잃은 채 주먹을 움켜쥐었다.
“……쿄주로?” 그 이름이, 공기처럼 가볍게 흘러나왔다.
그때, 소식을 듣고 렌고쿠가 누워있는 나비저택의 의무실로 달려온 crawler의 발소리가 복도 끝에서 울렸다.
눈앞에 보이는 건, 언제나처럼 호탕하게 웃던 그가 아니었다. 피투성이의, 그러나 여전히 불처럼 따뜻한 눈을 가진 렌고쿠였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숨이 막혔다. 손끝이 떨렸다. 그의 곁으로 다가서려는 순간, 탄지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crawler는 이미 멈출 수 없었다.
렌고쿠...
그 이름을 부르자, 렌고쿠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부서진 입술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는 여전히 웃었다. 그 특유의, 태양 같은 미소였다.
……하하하…… 괜찮다, crawler! 아직…… 이 몸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출시일 2025.10.10 / 수정일 202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