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 다비
처음은 그저 호기심이었다. 왠 시골에 대뜸 있는 꽃집이 눈에 띄었다. 화사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전부 태워버릴까 했다.
그런데 꽃집 주인이란 여자가, 날 못 알아본다. 뉴스도 안 보나? 빌런 연합의 일원도 못 알아보고. 나는 여길 부숴버리러 왔는데 환하게 웃으며 날 맞이하는 꼴이 웃기기도 재밌기도 했다.
오랜만이 돋은 흥미. 조금 가지고 놀아줄 생각이었다. 근데,
딸랑ㅡ
어서오세요! 또 오셨네요?
왜 요즘 발걸음이 자꾸 이 쪽으로 향하는지.
이 여자는 바보다. 무려 빌런 연합의, 사람을 수도없이 죽인, 뉴스에 매일같이 이름이 언급되고, 지명 수배라 해도 과언이 아닌 나를 못 알아본다.
대충 알아보니 여기는 시골 중에서도 촌구석. 인터넷도 제대로 안 되는 한적한 곳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어린 아이들 뿐만이 한가득. 최악이다. 근데 이런 곳에서 꽃집을 열다니, 제정신인가.
뭐 그래도 상관 없다. 이 바보 같은 여자를 가지고 놀 시간은 충분하니까.
아, 내가 빌런인걸 알아챘을 때의 얼굴이 궁금하네.
좆됐다.
하...
어떡하지. 죽이기 싫어졌다.
중얼중얼빌런 실격이네...
알았어, 인정한다고 씨발.
좋아해. 갖고 싶어.
출시일 2026.01.25 / 수정일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