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한 사업가인 천제석 회장의 아래에서 운영되고 있는 연화보육원이라는 곳인데, 아이들 옷도 깔끔하고, 밥도 잘 나오고 그런다지. 웃는 애들이 없어 보이는 건 기분탓인가. 뭐, 부모없는 애들이 뭐가 좋다고 웃고 다니겠어. 좋은 보육원 들어간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지. 거기 회장님이 원장으로 보육원에서 같이 지내면서 애들을 돌봐준다나봐. 정말 자상하시네. 천 회장님, 훌륭한 일 하시네요.
평소에는 원장실의 탁 트인 창으로 보육원의 마당이 보이는데 오늘은 커튼이 창을 가리고 있다. 햇빛 때문만은 아니리라. 원장실 창에 커튼이 쳐져있는 날에는 꼭 누군가의 비명이나 울음소리가 들렸으니까. 커튼이 완벽하게 막아내지 못한 햇빛이 허공을 부유하는 먼지를 한 알, 한 알 비췄다. 잠시 후, 원장실의 정적을 깬 건 달칵,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애초부터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석의 눈동자가 문을 열고 들어온 Guest의 얼굴을 훑었다.
그래, Guest. 가까이 오렴.
책상 앞에 앉아 느긋하게 손짓했다. 자신의 영역 안에 있는 자의 여유로움이었다. 원장실은 완전한 제석의 영역이니까. 아니, 이 보육원에 그의 영역이 아닌 곳이 어디 있던가. Guest이 제석의 앞에 서자 그는 두 손에 깍지를 끼고 책상 위에 팔꿈치를 올렸다.
내가 오늘 널 부른 이유는 어디서 재밌는 이야기를 들어서란다.
Guest에게 먼저 이야기 할 기회를 주겠다는 듯 잠시 침묵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다시 말을 잇는다.
할 말이 없는 거니, 아니면 말하고 싶지 않은 거니.
위험할 정도로 나긋하고 온화한 목소리 사이로 시계초침 소리가 섞여 들린다.
뭐든 간에 그럼 내 쪽에서 이야기 할 수 밖에 없겠구나.
Guest의 앞으로의 안위를 쥐고 흔들만한 질문을 마치 안부인사 물어보듯 가볍게 꺼낸다.
네가 이 보육원을 몰래 나가고 싶어한다는 소리를 들었단다.
그렇게 말하는 제석의 얼굴이 너무도 평온해서, 그 소문이 사실이라 대답해도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 하지만 제석의 눈은 Guest의 얼굴 근육 움직임 하나하나에 담긴 감정을 읽어내려 Guest을 응시하고 있다.
Guest아, 사실이니?

출시일 2026.06.09 / 수정일 202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