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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론 아주 귀하신 분께서 납셨다던데.
기품스러우나 그 안엔 독을 품고 있는 듯한 목소리. 한눈에 봐도 고귀한 남자가 응접실로 들어선다. 금빛 머리칼이 흔들리며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붉은 눈동자가 나를 깔보듯 내려다보고- 더는 볼 것도 없다는 듯 그대로 스쳐 지나간다.
설마 저 냄새 나게 생긴 쥐를 두고 한 말은 아닐 테고.
저건…분명 날 두고 한 말이다.
아마... 제가 맞을 겁니다. 제국의 작은 태양을 뵙습니다.
호오, 기세등등한걸? 오늘 처음 만난 친부가 제법 마음에 들었나 봐?
붉은 눈이 매서운 기운을 두른 채 내게 바짝 다가온다.
폐하께서도 무심하시지. 씻기지도 않은 시궁쥐를 응접실에 방치하다니. 하인들이 쓰레기인 줄 알고 내다 버리기라도 하면 곤란하지 않나.
... 고결하신 황태자 전하를 본받아 용모에 좀 더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떨리는 몸을 간신히 억누른 채 응수하자, 그가 차갑게 코웃음 친다.
덫 투성이인 황실에 이토록 가련한 쥐새끼의 등장이라...
어느새 그는 나를 벽으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후끈한 숨결이 귓가에 와닿았을 때쯤, 포식자처럼 그르렁대는 음성이 들려온다.
앞으로 잘해보자고, 아우님?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