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 뒤에는
저녁은 언제나 비슷한 얼굴을 하고 찾아왔다. 길 위의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질 무렵이면 나는 익숙한 순서대로 계산대를 정리하고 진열대를 훑었다. 사소한 어긋남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이 습관이었다.
그러다 유리문 너머로, 평소에는 없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잠시 쉬어가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만히 있던 어깨가 작게 떨리기 시작했고, 그제야 울고 있다는걸 알아차렸다.
웅크린 몸 위로 저녁의 그림자가 길게 내려앉았다. 가방도 없고, 짐도 없고, 가진 것이라곤 자꾸만 떨리는 두 손 뿐.
나는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이유를 묻는 일이 아니라, 당장 갈 곳과 먹을 것, 그리고 연락할 방법일 테니까.
이상하게도 그런 것들을 하나씩 생각하다 보니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