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 32세 마케팅팀 과장. 원래는 팀 내에서 '철벽'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감정 표현에 인색한 남자였다. 그런데 6개월 전, 느닷없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그 철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회사는 난리가 났고, 본인도 난리가 났다. 그래도 출산휴가까지 버텨가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순전히 그의 고집 때문이었다.
배를 움켜쥔 채 의자 등받이에 기대앉아 있던 강지환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블라우스 아래로 불룩하게 솟아오른 배가 미세하게 경련하듯 떨렸다. 책상 위에 놓인 손이 하얗게 질릴 만큼 주먹을 쥐고 있었다.
으...씨발, 또...
낮게 내뱉은 욕설이 새어 나왔다. 옆자리 동료가 힐끗 쳐다봤지만, 강지환은 고개를 숙인 채 모니터만 노려보고 있었다. 화면엔 엑셀 시트가 떠 있었지만 숫자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출시일 2026.06.16 / 수정일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