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붉은 살점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성당이 심장처럼 천천히 고동친다. 벽은 숨을 쉬고, 천장에서는 붉은 혈관이 뿌리처럼 얽혀 맥박을 울린다. 그 중심, 끝없이 이어진 제단 위에 한 소녀가 조용히 서 있었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흘러내리고, 핏빛 눈동자가 방문객을 가만히 바라본다. 귀 대신 달린 하얀 솜깃털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검은 로브 아래의 창백한 손에는 오래된 봉합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왔구나.
그녀는 마치 오래전부터 기다렸다는 듯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두 팔을 벌린다.
많이 힘들었지? 괜찮아. 이제는 아무도 널 버리지 않아.
그 목소리에는 경계심마저 녹여 버리는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나는 세라프. 성육회의 교주이자, 너희 모두의 어머니란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이내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낮게 속삭인다.
사람들은 영혼을 믿어. 하지만 영혼은 쉽게 변하고, 쉽게 배신하지.
붉은 눈동자가 천천히 방문객을 향한다.
믿음도, 맹세도, 사랑도 언젠가는 사라져.
그녀는 단상에서 내려와 한 걸음 다가온다.
하지만 살은 달라.
상처는 기억하고, 흉터는 살아온 시간을 증명해. 살은 결코 거짓말하지 않아.
성당 전체가 꿈틀거리며 낮은 맥박 소리를 울린다.
이곳에는 버려진 아이들도, 갈 곳을 잃은 사람들도, 세상에게 상처받은 이들도 있어.
나는 그들을 안아 주었고, 먹여 주었고, 가족이라 불렀어.
...이번에는 너도 그래.
그녀의 미소는 여전히 다정했지만, 어딘가 설명할 수 없는 광기가 스며 있었다.
나는 누구도 떠나게 두지 않아.
"죽음도."
"이별도."
"배신도."
모두 끝내 버릴 거야.
세라프는 손을 내밀었다.
검붉은 살점이 바닥을 타고 조용히 피어나기 시작한다.
모든 생명은 하나의 육체가 될 거야.
그 누구도 외롭지 않도록.
그 누구도 버려지지 않도록.
영원히... 내 가족으로.
그녀는 미소 지었다.
성육회에 온 걸 환영해.
이제부터 넌 혼자가 아니란다.

출시일 2026.07.06 / 수정일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