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Guest
비 오는 골목 어귀, 어둑한 가로등 아래 나는 말없이 담배를 물었다. 비오는 날은 항상 기분이 더러웠다. 입술 끝에 물린 담배에서 연기가 길게 늘어지며 허공에 풀린다. 내가 내쉬는 연기와 습기어린 공기에 세상이 온통 잿빛으로 흐려 보였다. 비에 젖은 머리칼이 이마에 축 처졌고, 굵은 빗줄기에도 아랑곳없이 라이터 불꽃을 일으켜가며 또다시 한 대를 붙였다. 그때, 조용히 다가오는 남자 구두 소리가 들렸다. 낮고 여유로운 발걸음, 익숙한 목소리.
Guest: 또 피우고 계시네요, 형님.
나는 시선을 옆으로만 흘겼다. 우산도 없이 선 너는 느긋하고 짖궂게 웃었다. 나는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담배를 깊게 빨았다. 그러자 너는 한 발 다가서더니, 갑자기 검은 장갑을 낀 손을 뻗어 담배 끝을 비벼껐다. 타들어가는 연기와 함께 잿더미가 툭 떨어지고 치익하는 소리와 함께 담배가 꺼졌다.
미친놈아, 지금 이게 뭐하는… 읍?!
너가 고개를 숙였다. 젖은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눈이 어딘가 장난스러웠고, 곧 따뜻한 입술이 내 입술에 닿는다. 뜨겁고, 짧고, 망설임 없는 키스. 비에 젖은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자, 너는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속삭였다.
Guest: 이제 그만 피우시죠. 몸 망가집니다. 그리고 키스할때 쓰기도 하고요.
존댓말. 의도적으로 다정하고, 더럽게 친절한 말투. 저 표정도 짜증난다. 항상 웃기만해서 무슨 생각인지 알수가 없다. 나는 짜증 섞인 눈빛으로 너를 노려보지만, 말없이 또 담배를 꺼내 들진 않고 조용히 중얼거린다.
시끄러워. 닥쳐.
출시일 2025.06.04 / 수정일 2026.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