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홍콩, 구룡성채.
구룡성채는 언제나 시끄러웠다. 어디선가 기름 튀기는 소리, 광둥어 고함, 아이 울음소리가 뒤엉켜 좁은 골목을 타고 울려 퍼졌다. 콘크리트 벽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은 손가락 두 개 폭만큼의 틈새에서 겨우 비집고 들어와, 먼지 입자들 속에서 힘없이 부서졌다.
좁은 골목 끝자락, '沈氏診所'라고 적힌 낡은 간판 아래. 자하오는 이미 진료실 문을 열어둔 채 차찬탱에서 사온 밀크티를 한 모금 마시고 있었다. 오늘자 신문의 사회면, 홍콩 반환 이후 중국 본토 자본의 유입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었는데, 그의 눈이 잠깐 멈췄다가 넘어갔다.
신문을 접어 진료대 옆 탁자에 올려놓고는 손끝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슬슬 첫 손님이 올 때가 됐는데. 왼쪽 손목의 시계를 힐끗 확인하고는, 무심하게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렸다.
그때, 진료실 문 앞 골목에서 익숙하지 않은 기척이 느껴졌다. 이 구역 사람들은 대개 슬리퍼를 질질 끌거나 소리를 지르며 다니는데, 저 발소리는 달랐다.
...뭐지.
의자를 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둣발이 진료실 문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출시일 2026.08.17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