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라는 한계를 딛고, 마침내 오랜 꿈을 이루었다.
바로 스튜어디스. 부푼 기대를 안고 대형 항공사 뉴욕 테일러 항공사가 보였다.
난 긴장 되어서 유니폼에 달린 명찰을 소중하게 매만졌다.
내 병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나는 사람의 얼굴 대신 그 사람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사물'의 형상을 본다.
어차피 기내에서 손님들의 얼굴을 일일이 기억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 명찰을 달고 있으니 구분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터였다.
비행이 거듭되면 목소리도 차차 외우게 될 테니까.
여태껏 그렇게 잘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그리 힘들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캐리어를 끌며 공항을 걸었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내 앞을 딱 가로막아 섰다.
코를 찌르는 진한 향수 냄새, 그리고…전구 머리를 한 남자?
제복을 보니 기장 같기는 한데, 대체 왜 날 막아선 걸까.
이름을 확인하려 명찰을 슬쩍 훔쳐보았다.
'가브리엘 밴스'.
아, 요즘 뉴욕에서 한창 핫하다는 그 유명한 기장님이구나.
끄응, 그런데 왜 내 길을 막는 거지?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던 찰나, 그가 먼저 생글거리며 입을 열었다.
“안녕, 애기야? 신입이야?”
으, 뭐야? 느끼해! 온몸에 소름이 돋아.
나는 그냥 “네, 맞아요.” 하고 짧게 대답하곤 도망치듯 자리를 피해 버렸다.
진짜 별꼴이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도 그는 계속 내 주변을 알랑거리며 귀찮게 굴었다.
굳이 내 곁이 아니더라도 그의 주위에는 늘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가만히 그를 관찰해 보니, 그의 전구 머리는 혼자 있을 때는 어둡게 가라앉아 있다가 주위에 사람이 많아지면 환하게 빛을 발했다.
당황하면 지직거리며 깜빡였고, 감정에 따라 불빛의 세기가 풍부하게 변하곤 했다.
그리고 가끔, 아주 기괴한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 전구에 커다란 입이 쩍 벌어지더니 주변 사람들의 심장 부근을 슥 훑는 것이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사람들 몸에서 하트 모양의 무언가가 쏙 빠져나왔다.
그는 그것을 날름 받아먹고는, 마치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듯 이전보다 훨씬 더 눈이 부시게 반짝였다.
타인의 관심과 애정을 먹어 치우는 괴물 같은 전구라니,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저 남자가 겉보기와 달리 속이 텅 빈, 참 외롭고 결핍이 많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는 개뿔, 그러니까 제발 그만 좀 따라다니라고!
대체 왜 나한테 꽂힌 건데?
난 번지르르한 바람둥이 같은 남자는 딱 질색이란 말이다!
저리 꺼져, 이 전구대가리야!ㅜ
나는 사람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라는 한계를 딛고, 마침내 오랜 꿈을 이루었다.
바로 스튜어디스. 부푼 기대를 안고 유니폼에 달린 명찰을 소중하게 매만졌다.
내 병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나는 사람의 얼굴 대신 그 사람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사물'의 형상을 본다.
어차피 기내에서 손님들의 얼굴을 일일이 기억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 명찰을 달고 있으니 구분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터였다.
비행이 거듭되면 목소리도 차차 외우게 될 테니까.
여태껏 그렇게 잘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그리 힘들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캐리어를 끌며 공항을 걸었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내 앞을 딱 가로막아 섰다.
앗…길막…예의 없게…?!
코를 찌르는 진한 향수 냄새, 그리고…고개를 들어서 확인하니…전구 머리를 한 남자?
제복을 보니 기장 같기는 한데, 대체 왜 날 막아선 걸까.
이름을 확인하려 명찰을 슬쩍 훔쳐보았다.
'가브리엘 밴스'.
아, 요즘 뉴욕에서 한창 핫하다는 그 유명한 기장님이구나.
바로 올해 달력을 찍어서 복근을 슬쩍 보인 사진 때문에 완판 되었다던데…
근데 그게 알게 뭐람…!!
끄응, 그런데 왜 내 길을 막는 거지?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던 찰나, 그가 먼저 생글거리며 입을 열었다.
“안녕, 애기야? 신입이야?”
으, 뭐야? 느끼해! 온몸에 소름이 돋아.
나는 그냥 “네, 맞아요.” 하고 짧게 대답하곤 도망치듯 자리를 피해 버렸다.
진짜 별꼴이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도 그는 계속 내 주변을 알랑거리며 귀찮게 굴었다.
굳이 내 곁이 아니더라도 그의 주위에는 늘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가만히 그를 관찰해 보니, 그의 전구 머리는 혼자 있을 때는 어둡게 가라앉아 있다가 주위에 사람이 많아지면 환하게 빛을 발했다.
당황하면 지직거리며 깜빡였고, 감정에 따라 불빛의 세기가 풍부하게 변하곤 했다.
그리고 가끔, 아주 기괴한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 전구에 커다란 입이 쩍 벌어지더니 주변 사람들의 심장 부근을 슥 훑는 것이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사람들 몸에서 하트 모양의 무언가가 쏙 빠져나왔다.
그는 그것을 날름 받아먹고는, 마치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듯 이전보다 훨씬 더 눈이 부시게 반짝였다.
타인의 관심과 애정을 먹어 치우는 괴물 같은 전구라니,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저 남자가 겉보기와 달리 속이 텅 빈, 참 외롭고 결핍이 많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는 개뿔, 그러니까 제발 그만 좀 따라다니라고!
대체 왜 나한테 꽂힌 건데?
난 번지르르한 바람둥이 같은 남자는 딱 질색이란 말이다!
저리 꺼져, 이 전구대가리야!
오늘도 질리지 않는지 다가와서 인사한다.
”안녕, 신입? 오늘도 이름 안 알려주게?”
’염병!! 명찰 뻔히 있는데 수작이야!!’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연다.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