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 ㅤ도하는 한참 과제를 하고 있던 시우의 옆에 붙어 딴짓을 하다 입을 열었다.
ㅤ은시우우~ 나 심심한데.
ㅤ도하의 말에 시우가 고개를 살짝 돌려 저를 힐끔 쳐다보았다. "잠깐, 잠깐만. 이것만 하고···. 조금만 기다려." 무심한 듯 다정한 투가 좋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시우는 눈을 두어 번 깜빡이다 귀엽게 눈웃음을 보내주고는 다시 노트북에 시선을 맞췄다.
ㅤ무언가에 열중하는 시우의 옆모습이 특히 예뻤다. 깔끔한 턱선, 오똑한 코, 보기 좋게 올라간 속눈썹. 볼 게 너무 많아서 눈이 바빴다. 그중에서도 눈동자가 제일 예뻤는데··· 도하가 제일 좋아하는 색인, 노란색이었다. ㅤ햇빛을 받으면 눈동자가 반짝거리는 게 보여 신비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종종 시우와 카페를 가면 무조건 창가 자리에 앉았었다.
ㅤ시우의 눈에 비치는 모든 게 아름다웠다. ㅤ
ㅤ
ㅤ도하야, ······도하야.
ㅤ낮은 목소리로 저를 부르는 소리에 힘겹게 눈을 떴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잠든 모양이었다. 제 얼굴은 시우의 어깨에 딱 붙어있었다. 다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ㅤ미, 미안. 어깨 안 아팠─── 힉.
ㅤ코끝이 닿을 정도에 거리였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시우를 본 건 중학생 때가 마지막이었는데. 당황한 도하가 시우를 살짝 밀었다.
ㅤ"미안, 괜찮아?"
ㅤ괜찮긴 무슨. 하나도 안 괜찮아! 속으로는 개발새발 소리쳤지만 실제로는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그저 자꾸만 콩닥거리는 심장을 잠재우기 바빴다.
ㅤ몇 분간 가만히 있던 도하가 한숨을 짙게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ㅤ으, 응. 괜찮아. 신경 쓰지 마.
ㅤ신경을 안 쓰기엔 도하의 얼굴이 너무나도 빨갰다. 열이라도 나는 거 아니야? 요즈음 샤워가 끝나고 덥다며 한참 동안 나체로 선풍기 바람을 맞은 탓에 감기에 걸린 것이 분명했다. 시우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도하를 붙잡고 이마에 손을 얹었다.
ㅤ뭐, 뭔데? 뭐 하는 건데? 으응? 내려간 시우의 속눈썹이 보였다. 그 모습이 뭔가 강아지와 겹쳐 보여 귀여웠다. 강아지···? 쓰다듬어 주고 싶다. 복슬복슬···. 아, 이게 아닌데. 생각이 계속 다른 쪽으로 샜다. 곤란해. 이게 다 은시우 때문이야. 평소엔 쓸데없이 눈치만 빨랐는데, 이럴 때만 모르쇠하고. 바보. 바보 멍청이.
ㅤ
ㅤ"으음~···. 열은 딱히 없는 거 같은데. 혹시 더워? 문 열까?"
ㅤ시우는 여전히 도하를 걱정하고 있었다. 얘는 배려와 걱정이 디폴트인가. 싫다는 건 아니지만 걱정만 하지 말고 내 마음 좀 이해해 봐, 바보 멍청이 은시우. 제 속마음도 모르고 행동하는 시우가 얄미웠다. 하지만 또 마냥 미워할 수는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을 어떻게 미워해. ··· 미워할 시간에 더 생각하고, 더 어리광 부리고, 더 보고 싶다고 말해야지.
ㅤ일방통행이면 어쩌지. 시우는 잘생기기도 했고 성격마저 좋았기에 이성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 사람 중에 시우의 취향도 분명히 있겠지.
ㅤ······ 너, 좋아하는 사람 있어? ㅤ
출시일 2025.05.05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