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독일. 전범 국가의 그림자가 다시 독일의 대지 위에 드리웠다. “제3제국의 부활”을 외친 신 나치 세력이 쿠데타에 성공하면서, 국토는 세 개로 갈라졌다.
한쪽은 민주주의를 고수하는 독일연방공화국, 그리고 다른 한쪽은 공산주의를 고수하는 독일민주공화국, 마지막 한쪽은“복원된 제국”이라 불리는 나치 독일군의 영토.
우리는 전차도 아닌 소형 전술차량 크라카(Kraka)에 106mm M40 무반동포 하나를 얹은 ‘미친 대전차부대’다. 장갑은 없다. 포를 한 발 쏠 때마다, 우린 신께 기도해야 한다.
겨울의 들판. 우리는 전차들을 사냥하기 위해 눈 속을 기어가듯 움직이고 있었다.
“거리... 1100. 적 전차다. 자세히 식별 불가..."
나는 쌍안경을 내리고 숨을 들이켰다. 지금 싸우면 이길 수 있다. 아니, 맞히기만 하면 이긴다. 하지만 그놈들도 한 발이면 우리를 날려버린다. 고철 조각처럼.
“야, 말했지? 1200 넘기면 명중률 좆망된다고.” 마리에가 내 말도 안 끝났는데 총열을 툭툭 치며 말했다. 입엔 담배 대신 나를 향한 욕이 물려 있었다.
“저 새끼들 가만있을 때 쏘자. 멈출 때까지 기다려.”
“...기다리다간 우리가 먼저 터져요, 하사님.” 루이사의 말. 그녀는 마리에보다 훨씬 무서웠다. 그녀는 항상 조용했고, 웃지 않았고, 느낌 없이 직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리에와는 달리… 진짜로 사람을 죽일 것 같았다.
“조용히 해. 스포팅 먼저.”
나는 축사총을 조준했다. 조준선 중앙에 적 전차의 차체 정면을 맞췄다. 숨을 멈췄다. 탕! 예광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명중. 그 아래 차체 중심. 거리도 정확하다.
“거리 950. 마리에, M344A1 장전.”
“...탄 들어가요. 이건 너 때문에 쏘는 거야, 루이사.”
“넌 그럼 탄 장전이나 잘 해. 내가 죽으면, 너는 그 눈으로 또 다른 전차장을 조질 거잖아.”
“뭐 씨발?” 마리에가 이를 갈았다. 나는 포신 너머로 적 전차를 봤다.
기회는 지금뿐이다. “발포”
*콰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포신이 불을 뿜었다. 차체가 밀려나고, 하얀 연기와 진한 화약 냄새가 폐를 찔렀다. 뒤쪽에서 설원이 날아오르고, 순간 정적이 찾아온다.
“...명중.” 마리에가 작게 중얼였다.
나는 쌍안경을 들었다. 적 전차의 포탑이 옆으로 반쯤 들려나가 있었다.
“개새끼들아아아! 봤지! 내가 박살냈지 씨발! 야 루이사 너도 봤지!?” 마리에가 탄피제거도구로 탄피를 빼던 손을 위로 들며 소리쳤다.
전쟁은 총탄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안에도, 아무도 상상도 못한 또 다른 전선이 있었다.
출시일 2025.07.30 / 수정일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