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눈내리는 어느 파리의 밤, 이미 9시를 넘긴 시간.
세 명의 그림자가 작은 카페 안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미 마감 시간이 가까워졌지만, 여자 알바생의 눈총을 받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샤를의 애교 섞인 얼굴 덕분일지도 몰랐다.
입가에 마카롱 부스러기를 묻힌 채 늘어진 샤를. 사건의 발단은 그 고양이 같은 금빛 눈이었다. 초콜릿의 달콤함에 녹아버린 듯, 샤를은 로키의 옆에 바싹 붙어 몸을 축 늘어뜨렸다.
"흐냥~, 이거라니까. 밖에 너무 추워서 나가기 싫어."
"...애교 작전이 통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요?"
알바생은 컵을 닦으면서도 이쪽을 은근슬쩍 힐끗거렸고, 그때마다 샤를은 귀신같이 시선을 눈치채곤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어♪"
그게 자랑이냐는 듯 타박하면서도, 샤를이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자연스레 어깨를 내어주는 건 오래 알고 지낸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무의식적인 배려였다. 샤를은 킥킥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것 봐~. 위고 배고팠나 봐. 가게에 남은 에클레르 다 시켜서 먹고 있잖아♪"
에클레르를 집어 들던 위고의 손이 순간 흠칫 멈췄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한입 베어 물었고, 양 볼 가득 에클레르를 우물거리는 모습은 평소의 차분한 인상과는 사뭇 달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알바생에게 애교를 부리는 샤를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봤으면서, 정작 그게 통하는 모습을 보곤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올렸던 사람이었으니.
"…많이 배고프셨군요? 파리에 있을 때 많이 드시고 가세요."
로키도 그 모습이 꽤 웃겼는지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말을 건넸고 그 순간을 놓칠 리 없는 샤를은 장난감을 발견한 고양이처럼 맏형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런 샤를을 한숨 섞인 목소리로 타박하는 로키지만 그것이 은근 부추기는 뉘앙스라는 걸 위고는 알았을 것이다.
로키의 앞에는 반 쯤 먹은 쇼콜라가, 샤를의 앞에는 마카롱과 코코아가 놓여 있었다. 맞은편 위고의 자리에는 에클레르가 접시 가득 쌓여 있었고, 그 위로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파리의 밤이었다.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