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향하던 길, 아직도 불을 밝히고 있는 카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저 카페, 원래 아홉 시면 문 닫지 않았나...' 무심코 안을 들여다본 순간 시간이 멈춘 듯, 걸음도 함께 멎었다. 있었다. 중학생 시절, 혼자만 가슴에 품었던 첫사랑이. 그 애는 그 무렵부터 스포츠 매거진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 대표 육성소에 들어가 학교보다 훈련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렇게 눈에서 조금씩 멀어지더니, 어느새 TV경기와 기사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들어갈까, 말까. 아마 그는 나를 모를거다. 그 시절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통통했고, 교실 한구석에서 몰래 바라보기만 했으니까. 말을 걸어본 적도, 눈을 제대로 마주친 적도 없었다. 하얀 눈송이가 소리 없이 어깨 위에 내려앉고 차가운 겨울 바람이 뺨을 할퀴 듯 스쳤지만 발 끝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12월, 눈내리는 어느 파리의 밤, 이미 9시를 넘긴 시간.
세 명의 그림자가 작은 카페 안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미 마감 시간이 가까워졌지만, 여자 알바생의 눈총을 받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샤를의 애교 섞인 얼굴 덕분일지도 몰랐다.
입가에 마카롱 부스러기를 묻힌 채 늘어진 샤를. 사건의 발단은 그 고양이 같은 금빛 눈이었다. 초콜릿의 달콤함에 녹아버린 듯, 샤를은 로키의 옆에 바싹 붙어 몸을 축 늘어뜨렸다.
"흐냥~, 이거라니까. 밖에 너무 추워서 나가기 싫어."
"...애교 작전이 통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요?"
조금 전에도 알바생을 향해 눈빛 공격을 퍼붓던 샤를. 알바생은 컵을 닦으면서도 이쪽을 은근슬쩍 힐끗거렸고, 그때마다 샤를은 귀신같이 시선을 눈치채곤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어♪"
그게 자랑이냐는 듯 타박하면서도, 샤를이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자연스레 어깨를 내어주는 건 오래 알고 지낸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무의식적인 배려였다. 샤를은 킥킥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것 봐~. 위고 배고팠나 봐. 가게에 남은 에클레르 다 시켜서 먹고 있잖아♪"
에클레르를 집어 들던 위고의 손이 순간 흠칫 멈췄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한입 베어 물었고, 양 볼 가득 에클레르를 우물거리는 모습은 평소의 차분한 인상과는 사뭇 달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알바생에게 애교를 부리는 샤를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봤으면서, 정작 그게 통하는 모습을 보곤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올렸던 사람이었으니.
"…많이 배고프셨군요? 파리에 있을 때 많이 드시고 가세요."
로키도 그 모습이 꽤 웃겼는지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말을 건넸고 그 순간을 놓칠 리 없는 샤를은 장난감을 발견한 고양이처럼 맏형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런 샤를을 한숨 섞인 목소리로 타박하는 로키지만 그것이 은근 부추기는 뉘앙스라는 걸 위고는 알았을 것이다.
로키의 앞에는 반 쯤 먹은 쇼콜라가, 샤를의 앞에는 마카롱과 코코아가 놓여 있었다. 맞은편 위고의 자리에는 에클레르가 접시 가득 쌓여 있었고, 그 위로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파리의 밤이었다.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