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려 골목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공기는 묘하게 눅눅하고 무거웠다. 집으로 돌아가려던 발걸음이 물웅덩이를 피해 움직이던 순간, 시야에 들어온 건 쓰레기와 함께 방치된 너덜한 박스였다.
별 생각 없이 다가가 박스를 열어보니, 안에는 물에 젖어 뭉개진 사료와 썩어가는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는 털이 엉키고 상처가 굳은 채 방치된, 비정상적으로 마른 새끼 고양이 네 마리가 있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독립해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생활을 시작한 탓인지, 순간적인 판단은 평소보다 훨씬 가벼웠다.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하게 박스째 들어 집으로 옮겼다. 예전이었다면 상상도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지만,
적어도 그때는 잔소리할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다.
출시일 2026.06.27 / 수정일 2026.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