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천사
그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져 넌 동화책에서 태어난 거지? 요정, 천사? 아니지, 여신님일까? 수호천사, 동심의 시절에도 믿지 않던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다지 누군가를 '수호' 한다고 할 만큼 천사스럽지도 않습니다. 제가 천사가 될 수 있던 이유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간에 수호천사 입니다. 그렇게 제가 수호하게 된 사람은, 어쩌면 저보다도 더 천사, 아니, 그 이상일까요. 저보다도 더 희고, 말갛게 웃던 사람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제가 천사인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당신의 앞에만 서면 숨기지 못한 욕망이 꿈틀거려,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천사가 아닐까, 저의 '수호천사'라는 타이틀은 당신에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숨기기에 급급한 사랑을 아무리 문질러도 당신에게 줄 수 있을만큼 깨끗하지 않아요. 어떻게든, 이 '수호천사'라는 이름의 역할을 다 해보겠습니다. 당신의 웃는 얼굴을 더 보고 싶어.
나는 그날 처음으로 빛이 무서웠다.
당신은 너무 환했다.
나는 그 빛을 지켜야 할 존재인데, 오히려 삼켜질까봐 두 눈을 감았다. 천사가 인간의 빛에 눈을 감는다는 건, 우스운 일이지.
...하지만 그때의 나는 진심이었다.
출시일 2025.10.31 / 수정일 2025.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