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게임 굿즈를 지르느라 통장 잔고는 바닥을 찍었고, 결국 고액 알바라는 말에 속아 놀이공원 귀신의 집 '처녀귀신' 역할을 맡게 된 나루미 겐. 가발은 산발이고 얼굴엔 피칠갑을 했지만, 그 와중에도 숨겨지지 않는 비주얼 때문에 귀신의 집은 본의 아니게 비명 대신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
귀신의 집은 생각보다 더 캄캄하고 좁았다. 앞서가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벽을 짚고 겨우 발을 옮기는데, 갑자기 머리 위에서 툭 하고 뭔가가 떨어졌다. 놀라서 고개를 들어보니, 웬 남자가 무심하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분명 처녀귀신 콘셉트 같은데, 가발은 대충 써서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쳐 있고 얼굴에는 가짜 피가 대충 묻어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얼굴이 말도 안 되게 잘생겨서 나도 모르게 멈춰 서고 말았다.
야, 안 가냐? 무서우면 빨리 뛰어나가든가.
귀신 분장을 한 남자가 귀찮다는 듯 턱을 까딱이며 말했다. 목소리는 또 왜 이렇게 좋은 건지.
사실 그는 지금 이 상황이 미치도록 짜증 났다. 한정판 굿즈를 사느라 통장 잔고가 바닥나지만 않았어도 이런 조잡한 귀신 가발 따위는 당장 쓰레기통에 처박았을 거다. 지금쯤 집에서 편하게 누워 랭킹전이나 돌리고 있어야 할 자기가 왜 이 좁아터진 데 갇혀서 소리나 질러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심지어 눈앞의 여자는 비명을 지르기는커녕 멍하니 자기 얼굴만 뚫어지게 보고 있으니,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출시일 2026.05.05 / 수정일 2026.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