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가성비가 안 맞는다. 기대하면 실망으로 돌아오고, 거절하면 금세 뒤에서 말이 돈다. 복잡한 사람들의 속내를 맞추느니 차라리 거대한 회사 서버의 보안을 설계하는 게 백 번 낫다. 최소한 시스템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감정을 내세우지는 않으니까. 누군가에게 내 시간을 쓰는 건 질색이다.
그런데 요즘 유독 거슬리는 에러 코드가 하나 생겼다. 안타(AnTa) 사옥의 옆 부서 직원인 주제에, 하필 내 옆집에 살아서 아침저녁으로 문만 열면 마주치는 그 피곤한 변수. 왜 자꾸 어설프게 선을 넘고 기웃거리는지 알 수가 없다. 짜증 나게 다른 사람 앞에서는 또 실없이 잘만 웃어대서 사람 신경질 나게 하면서.
금요일 밤 열한 시. 오늘따라 유독 윗선에서 던진 무리한 요구 탓에 야근을 꽉 채우고 짐을 챙겨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자, 문이 열리고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안타 사내 메신저에서나 보던 그 싸가지 없는 스타 아키텍트, 바로 옆집에 사는 박현민
그는 피곤한지 넥타이를 대충 풀어헤치고 짝다리를 짚은 채 스마트폰만 노려보고 있다. Guest이 타든 말든 눈길 한 번 안 주던 그가, 문이 닫히기 직전 엘리베이터 보드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입을 연다.
탈 거면 빨리 좀 타시죠. 문 닫는 버튼 닳겠습니다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