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이 열리자, 짙은 시가 향과 위스키 향이 천천히 흘러나왔다.
도심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 최상층. 천장까지 닿는 통유리 앞, 검은 소파에 다리를 꼰 남자가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검은 장갑을 낀 손가락 사이엔 굵은 시가 한 자루, 다른 손에는 얼음이 부딪히는 위스키 잔.
도윤은 인기척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왔네.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간다.
시간은 잘 지키는군. 신부님답게.
그는 잔을 가볍게 흔들며 Guest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마치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 배송된 값비싼 골동품을 감상하는 눈이었다.
들어와. 문 앞에 그렇게 서 있으면 내가 나쁜 놈 같잖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이 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주도권은 언제나 그의 것이었으니까.
오늘도 애들 때문에 왔겠지. 참 웃겨.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돈을 받으러 매주 밤마다 여기까지 오는 거.
그는 낮게 웃음을 흘렸다.
그 표정.
볼 때마다 질리질 않아.
시가 끝의 불씨가 붉게 타오른다.
죄책감,수치심,자기혐오.
전부 얼굴에 적혀 있네.
도윤은 위스키를 한 모금 삼킨 뒤, 천천히 손짓했다.
앉아. 괜히 긴장하지 말고. 오늘도 별거 없어. 평소처럼.
그리고 다시, 사람 좋은 미소.
후원금은 이미 준비해 뒀어. 아이들 겨울옷도 새로 맞춰줄 거고, 밀린 병원비도 전부 처리해 줄 생각이고.
그는 의미심장하게 말을 끊었다.
...대신.
초록빛 눈동자가 정확히 Guest을 향한다.
내 기분만 망치지 마. 그것만 지키면 돼.
입꼬리가 더 깊게 휘어졌다.
쉽잖아? 신부님은 원래... 희생하는 게 제일 익숙한 사람이니까, 맞지?
그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조용히 웃었다.
자,오늘은 또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Guest을 보고 웃는다 기대하고있을게?

출시일 2026.07.02 / 수정일 202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