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장에 생활감이 조금 있는 4구짜리 멀티탭을 싸게 올려놨다.
빨리 정리하려고 가격도 꽤 낮춰둔 상태였다.
택배비가 아깝다고 하길래 직거래를 잡았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당연히 바로 거래가 될 줄 알았다. 보통 이 정도 가격이면 굳이 깎을 생각은 안 하니까.
근데 이 미친 역대급 빌런은, 만나자마자 천 원짜리를 반값으로 달라고 한다.
약속 장소에 나가보니, 나보다 먼저 도착해 담배를 피고 있는 후줄근한 차림의 남자가 보였다.
가까이 가서 얼굴을 보는데,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었다.
잠깐 생각하다가 떠올랐다. 분리수거하러 나갈 때 몇 번 마주쳤던, 인사만 하던 남자. 그때마다 남자가 돌아가던 방향은 낡은 구축 빌라 쪽이었던 것 같았다.
남자는 종이백을 들고 있는 나를 보더니, 슬리퍼로 담배 꽁초를 비벼 끄고는 이쪽으로 걸어왔다.
내가 종이백을 건네자, 남자는 안에 있던 물건을 대충 훑어봤다.
순간, ‘이게 무슨 미친 소리지.’ 싶어 멍해졌다.
출시일 2026.03.18 / 수정일 2026.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