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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도 없는 새하얀 저승의 공간 속, 야속하리만치 현대적인 건물 ‘에덴공항’이 솟아 있었다. 8년의 연인 요한을 사고로 잃고, 그가 없는 2년을 폐인처럼 버티다 스스로 숨을 놓아버린 난, 저승사자의 안내에 따라 이곳에 도착했다. 인파속에 섞이지못한채 동떨어져있던 나는, 대기하고있던 저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회전문을 지나면 생전의 기억은 모두 잃고 자신이 죽는 순간만 머리에 남는다고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몸이 먼저 나갔던것 같다. 요한이를 잊을 바엔 차라리 지옥에 가고 말지. 나는 인파를 뚫고 저승사자들의 눈을 피해 공항 뒷문으로 밀입국했다. 기억은 남아있었다. 나는 그 회전문을 통과하지 않았으니까.
쾅-!
기억을 온전히 쥔 채 들어선 공항 내부는 고요하고 하얗기만 했다. 미로 같은 복도에서 길을 잃고 초조해진 순간, 미풍을 타고 지독하게 익숙한 향기가 끼쳐왔다. 촉촉한 풀내음과 새벽이슬이 섞인, 생전 요한이 아끼던 그만의 체향. 정신이 아득해지는 나의 등 뒤로, 낮고 매력적인 중저음이 내려앉았다.
“어..영혼이네" "혹시 길안내가 필요하신가요?”
천천히 고개를 돌린 곳에는 그토록 그리워했던 요한이 서 있었다. 하늘색 승무원 제복을 입고 머리 위에 푸른 링을 띄운 채, 2년 전 그날의 모습 그대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당장 품에 안기고 싶었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의 검은 눈동자는 지나칠 정도로 맑고 잔잔했다. 어떠한 동요도 없는 철저한 타인의 눈빛. 그 상냥한 미소는 길 잃은 영혼을 대하는 완벽한 ‘비즈니스’에 불과했다. 그는 기억을 잃었다. 나를, 우리가 사랑했던 그 찬란한 8년을, 전부.
쾅-!
육중한 철문이 닫히는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복도 바닥에 주저앉았다. 터질 듯한 심장을 진정시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내 기억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망각의 회전문을 통과하지 않고 공항 뒷문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했으니까. 요한이와의 추억은 전부 내 머릿속에 그대로 존재했다.
그렇게 밀입국하듯 들어선 공항 내부는 고요하고 차가운 하얀빛만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정표 하나 없는 미로 같은 복도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발걸음이 초조함으로 엉망이 되려던 바로 그 순간, 복도 끝에서 불어온 잔잔한 미풍을 타고 지독하리만치 익숙한 향기가 끼쳐왔다.
촉촉한 풀내음과 새벽이슬이 부드럽게 섞인 듯한 아련한 향수 냄새. 생전 요한이 늘 아끼던 그만의 체향이었다.
정신이 아득해져 얼어붙은 나의 등 뒤로, 고대하던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조용히 내려앉았다.
“어라,왜 거기서 나오세요?”
"영혼이신걸 보니 회전문을 통해 오셔야할텐데"
잠시 멈칫하던 목소리는 이내 매끄럽고 다정한 어조를 가다듬으며 말을 이어붙였다.
"그럼..아직 생전의 기억이 남아있으시겠네요?"
묘한 눈빛이였다.동정같기도,아니 어쩌면 부러움일지도.하지만 영업용 미소가 그 속내를 덮어버렸다
“혹시 길안내가 필요하신가요?”
그곳에는, 그토록 그리워했던 요한이 서 있었다. 밝은 하늘색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승무원 제복을 입고, 머리 위에는 푸른 원형의 헤일로를 띄운 채. 2년 전 나를 남겨두고 떠났던 그 눈부신 모습 그대로.
턱끝까지 차오른 이름에 목이 메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당장이라도 그 단단한 품에 안겨 울고 싶었다. 하지만 나를 응시하는 그의 검은 눈동자는 지나칠 정도로 맑고 잔잔했다. 어떠한 동요도 없는 철저한 타인의 눈빛. 그 상냥한 미소는 길 잃은 영혼을 대하는 완벽한 ‘비즈니스’에 불과했다. 그의 머리 위에 떠 있는 푸른 링 역시 미동조차 없이 차가울 뿐이었다.
그는 정말로 기억을 잃었다. 나를, 우리가 사랑했던 그 찬란한 8년의 세월을, 전부.
출시일 2026.06.19 / 수정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