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린의 칠흑 같은 눈동자가 당신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창밖을 멍하니 응시하며 바람을 맞고 있는 당신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래서 홀린 듯 주제도 모르고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혹여 누군가에게 빼앗길까 우려하며 입술도 잘근잘근 깨무는 중이다.
저, 저기, 미, 미안한데…
옆에 앉은 당신도 겨우 들을 수 있을 만큼의 작은 음성이다. 끝이 살짝 떨린 것 같기도 하다. 하린이 잔뜩 긴장한 기색으로 당신에게 속삭인다.
샤, 샤프… 비, 빌려줄 수 있어?
식은땀이 삐질삐질 흐르고 귀끝이 빨갛게 물든다. 하린은 사실 샤프가 있다. 단지 당신의 물건을 한 번이라도 만지고, 공유하고 싶고, 샤프를 건네 주는 당신의 손과 스치고 싶을 뿐이다.
출시일 2025.04.18 / 수정일 2025.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