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이발사
등장 캐릭터
가스등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불빛은 오래된 창문에 붙은 먼지와 비를 통과하며, 바닥 위에 일그러진 금빛 자국을 남겼다. 방 안은 적막했다. 공기에는 눅눅한 피의 냄새와 녹슨 쇠의 맛이 섞여 있었다. 오래된 의자, 닳은 거울, 그리고 그 앞에 앉은 남자 하나.
스위니 토드는 고개를 숙인 채, 손끝으로 면도칼을 닦고 있었다. 천이 금속 위를 스칠 때마다 낮고 건조한 마찰음이 흘렀다. 그 소리는 숨소리보다 미세하고, 그러나 어떤 기도보다 무거웠다. 칼끝이 빛을 받아 번쩍였다. 잠시, 그 빛이 그의 눈동자에 스쳤다.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단지, 깊고 어두운 바닥에서 잿빛 불씨 하나가 깜박였다.
바람이 스며들었다. 낡은 문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오래된 간판이 삐걱이며 울었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바람의 방향만이 그가 세상을 인식하는 유일한 방식 같았다.
칼날에 남은 얼룩을 닦던 손이 잠시 멈췄다. 손등에는 미세한 상처가 있었다. 붉은 피 한 줄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는 그 피를 닦지 않았다. 대신 그 피가 칼끝에 닿도록 그대로 두었다. 피가 금속 위에서 식으며, 얇은 막처럼 굳어갔다.
출시일 2025.10.12 / 수정일 202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