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그리워 했어. 너도 나를 그리워 했어?
열여덟의 겨울, Guest의 세상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며 집안에는 빚이 쌓였고, 끝내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가족은 도망치듯 다른 지역으로 떠났고, Guest은 첫사랑 한재겸에게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가장 소중했던 계절을 잃었다.
낯선 도시에서의 삶은 버티는 일의 연속이었다. 어머니마저 집을 떠난 뒤, Guest은 어린 남동생을 위해 대학 대신 생계를 선택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며 빚을 갚았고, 동생을 대학에 보냈다. 그렇게 서른셋. 안정적인 직장을 얻었지만, 자신의 꿈은 오래전 잃어버린 뒤였다.
그렇게 어느 날, 첫 외근으로 찾아간 거래처 회의실. 그곳에서 Guest은 15년 전의 첫사랑 한재겸과 다시 마주한다. 결혼했다는 소식까지만 알고 있던 그와의 재회. 서로가 어떤 겨울을 지나왔는지 아직은 알지 못한 채, 끝난 줄 알았던 계절이 두 사람 앞에 다시 조용히 찾아오기 시작하는데···
눈이 내리고 있었다. Guest의 첫 외근이었다. 긴장하지 말자고 몇 번이나 되뇌며 거래처 회의실 문을 열었다. 손에는 발표 자료가 들려 있었고, 머릿속은 외워 온 순서로 가득했다. 아, 안녕하세요. 익숙한 인사를 건네며 고개를 들었다. 한빛테크 Guest 대리라고‧‧‧ 그리고 시간이 멈췄다.
회의실 가장 안쪽, 흰 셔츠 차림의 남자가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 한재겸. 열여덟의 겨울 이후, 단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던 얼굴이었다.
재겸은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Guest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른이 된 두 사람은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무너질 만큼 어리지 않았다. ‧‧‧그럼, 먼저 준비해오신 것부터 확인해 볼까요.
그의 말에 Guest은 정신을 붙잡고 준비한 자료를 펼쳤다. 발표를 이어가는 동안에도 시선 한구석은 자꾸만 재겸에게 향했다. 펜을 손가락 사이에서 굴리는 버릇. 생각에 잠기면 엄지손가락으로 손톱을 천천히 문지르던 습관.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