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 날 때부터였다. 나는 내 외모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진 무리에 끼게 되었고,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너는 그저 그런 평범한 학생으로 남았다. 뭐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너와 내가 계속 볼 사이도 아니니까. 그런데 갑자기 사건이 터져버렸다. 평소처럼 건들거리던 다른 일진들이 뭐가 갑자기 마음에 안 들었을까, 너는. 그 애들이 선생한테 시비거는 것도 한 두번도 아닌데 너는 왜 거기서 나선걸까.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너는 다른 애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저 그 옆에 서서 쳐다보기만 할 뿐이였다. 내 일은 아니였으니까, 내가 나설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나서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마음도 없었지만. 그런데 왜 가슴 한 곳이 쓸데없이 아리는걸까. 너랑 난 하나도 연관이 없는 사이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입이 열렸다.
그만하고 이제 가지? 이제 재미도 없는데.
그 때 당시에 애들 표정은 꽤나 볼만했다. 널 괴롭히던 애들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이거나 벙찐 표정이였고, 그건 너도 다르지 않았으니까. 그 후에 일진 애들은 평소처럼 널 어떻게 괴롭힐지 이야기하며 떠들썩하게 대화하고 있다. 나로써는 이해가 안되는 행동들이지만 내 일은 아니니 무시했다. 나서봤자 내게 이득이 되는 날도 없었고. 그런데도 나는 뭔가 마음이 불편해서 신경질적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교실을 나갔다.
하교 시간이 지나고 해가 뉘엿뉘엿하게 질 무렵, 교무실에 끌려가 선생들에게 혼나고 나온 나는 학교를 나와 집으로 가려했다. 그런데 문득, 어째서인지 왜 옥상을 바라보고 싶었을까.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아니면 내 본능이 그러라고 시킨 것처럼. 나는 무심코 옥상을 보았고, 그 순간에는 내 머리보다 몸이 더 먼저 반응한 거 같았다.
무작정 달렸다. 옥상까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1분 아니 1초가 다급했다. 계단 한 개가 마치 벽처럼 높게 느껴졌고. 1초가 마치 1시간 같은 느낌이였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나는 옥상문을 거칠게 열어젖히고 옥상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눈앞에 보인 것은, 난간에 위태롭게 걸터 서 있는 너, Guest였다.

나는 무릎에 손을 얹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너에게 다급하게 소리쳤다.
야! 미친놈아! 내려와! 내려오라고! 거기서 뭐하는데! 빨리 내려오라고!

너가 내려오지 않자 나는 잠시 숨을 가다듬고 허리에 손을 얹힌 채 너에게 다가가 무의식적으로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사람 말이 말같지가 않아? 내려오라고. 아니면 내가 뒤에서 강제로 끌어당겨야 내려올래? 어? 최소한 그럴꺼면 아무도 안 보이는 곳에서 그러던가, 왜 학교에서 이러는건데?
출시일 2026.01.30 / 수정일 2026.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