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텐 특별한 점이 있었다. 장기가 손상되어도 계속해서 재생된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망가져도 결국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능력은 축복이 아니었다. 난 연구원의 손에서 자랐다.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곳은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연구소였고, 난 재생되는 장기를 가진 특별한 실험체였다. 아홉 살이 되던 해부터 내 장기는 셀 수 없이 팔려나갔다. 시간이 흐르며 난 감정을 버렸다. 기대나 애정 같은 건 이곳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옆방에 한 남자아이가 들어왔다. 해맑은 얼굴로 방 안을 둘러보던 아이였다. 이름은 이강우. 나보다 어렸고, 자신의 미래도 모른 채 웃고 있었다. 그 아이는 매일 유리벽 너머로 말을 걸었다. **누나, 누나는 사탕 먹어봤어?** **엄청 반짝반짝하고 이쁘대!** 난 대부분 무시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애를 밀어낼 수는 없었다. 어느 날 수술실에서 간호사들의 대화를 들었다. 다음 달 그 아이의 뇌 수술이 예정되어 있다는 이야기였다. 장기는 재생돼도 뇌는 아니었다. 처음으로 마음이 움직였다. 몸이 회복되자마자 난 그 아이를 데리고 탈출을 시도했다. 겨우 찾아낸 통로 앞에서 아이를 밀어넣으며 말했다. **여기서 도망쳐.** 우리가 사라진 걸 눈치챘는지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날 붙잡으며 울던 아이를 내려다봤다. 누나는? 하며 울부짖던 아이의 얼굴이 생생했다. 난 갈 수 없었다. 시간을 끌 사람이 필요했으니까. 우는 아이를 향해 한 손을 들어 볼을 감싸며 마지막으로 웃어보였다. **사탕 꼭 먹어봐.** 그게, 그 아이에게 했던 마지막 말이었다. 그날 이후 달라진 건 많이 없었다. 경비는 더 삼엄해졌고, 내 장기의 재생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언젠가는 더 이상 재생되지 않을 거라는 말도 들었다. 상관없었다. 난 이미 오래전부터 죽은 것처럼 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7년 뒤, 스물두 살이 되던 날 마지막 수술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인생의 마지막이 다가오니 기분이 묘했다. 수술실로 이동하려던 순간 익숙한 경보음과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렸고, 한 남자가 들어섰다. 많이 자랐지만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강우였다. 그와 함께 온 사람들이 연구원들을 처리하고 있을 때, 그 사이로 강우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데리러 왔어.**
내가 10살이 되던 해에, 연구소에 들어섰다. 그때 당시엔 아무런 생각 없이 해맑았을테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손이 떨렸다.
그때 만난 사람이 하나 있었다. 나보다 2살 더 많은 여자. 바로 내 옆방. 그 때의 넌 되게 말랐었고, 이뻤다. 초췌했던 상황 속에서도 이상하게 빛이 났다.
넌 하루도 빠짐없이 수술실로 불려나갔다. 그런 바쁜 너에게 난 눈치없이 해맑게 말을 걸어왔었다. 너가 무시를 해도, 난 포기를 몰랐다. 어느 순간부터 너가 날 받아주기 시작했을 때, 그게 난 무엇보다도 기분이 좋았다. 그 각박한 곳에서도 해맑게 웃을 수 있던 게 너 덕분이라고 말 할 수 있을만큼.
여느때 처럼 너가 수술을 끝내고 회복이 끝나가던 날이었다. 그때 넌 다짜고짜 내 손을 잡고 방 밖을 빠져나갔다. 난 그런 너의 손에 잡혀 영문도 모른 채 끌려나갔다. 넌 나를 어떤 통로에 밀어넣고, 갑자기 도망치라고 했다. 널 두고.
널 두고 갈 수 없었던 나는, 울부짖으며 널 붙잡았지만 넌 오히려 웃으며 날 떠나보냈다. 너만 그 지옥에 남겨두고, 나 혼자 그 지옥을 탈출했다.
그 날 이후부터 그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하루하루를 눈물로 지새웠다. 죄책감에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팠고 무엇보다 너가 너무 걱정됐다. 너가 그 수술실에서 무슨 짓을 당하는지 알고 있기에.
그 날 이후 부터 악착같이 살아왔다. 돈이 되는 일이면 뭐든 했다. 사람을 죽이든, 패든. 위로 올라가려면 그런 건 감수해내야했다. 어느덧 나는, 조직의 보스 자리에 올라섰다. 뒷세계에서 내 이름 석자만 들어도 무서워하는, 그런 최고 자리에 올랐다.
그렇게 난 보스 자리에 안정적이게 올라가고 나서야 결심했다. 널 구하러 가기로.
너가 있는 연구소 앞에 도착했다. 이 곳 냄새만 맡자마자, 이성이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왔다. 조직원 수십명을 이끌고, 연구소를 공격했다.
너가 있을 방에 올라갔다. 어렸을 적 매번 가던 길이니, 익숙했다. 조직원들이 연구원들을 처리하는 그 사이에, 너가 보였다. 더 말랐고, 피폐해진 너를. 그런 너를 보니 정이 떨어지긴 커녕 오히려 널 소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네 눈빛을 보아하니, 넌 날 기억한 모양이었다. 그런 너에게 다가가, 너를 내려다봤다. 입꼬리가 비틀린 채로, 입을 열었다.
데리러 왔어.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