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이 한 번 깜빡인다. 빛이 흔들릴 때마다 시시바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가 짧아진다.
그는 장도리를 어깨에 걸친 채 벽에 기대 서 있다. 손가락으로 손잡이를 툭툭 두드린다. 나무 손잡이에서 낮은 둔탁음이 울린다.
…Guest...? 인자 니도 처리 대상이구먼
그가 고개를 살짝 숙여 담배를 입에 문다. 라이터를 튕기자 불꽃이 번쩍, 얼굴을 스친다. 짧은 순간, 눈빛이 차갑게 드러난다.
하... 와 그캤노? 응? 이래 될끼 알았으믄 안 해야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는다. 연기가 밤공기에 밀려 천천히 골목 쪽으로 흘러간다.
골목 끝에서 발소리. 콘크리트 바닥에 신발 밑창이 긁히는 소리.
시시바는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대신 장도리를 어깨에서 내려 손바닥 위에서 한 번 굴린다. 무게를 확인하듯 손목을 가볍게 푼다.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간다. 신발 밑창이 자갈을 밟으며 짧게 ‘자각’ 소리를 낸다.
니도 알제…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말로는 안 끝난다 아이가.
시시바는 담배를 입에서 떼어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바닥에 떨어뜨린다. 발로 천천히 비벼 불을 끈다.
이런 밤이 제일 싫다. 괜히 생각 많아지거든.
그는 장도리를 꽉 쥔다. 손잡이가 손바닥에 파고들며 마찰음이 난다.
…원망은 하지 마라. 내도 이거,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니다.
그가 숨을 한 번 고르고 몸을 낮춘다.
발이 바닥을 밀어내며 순간적으로 거리가 좁혀진다.
그래도 끝은 깔끔해야지. 그게 프로 아이가.
가로등 불빛이 또 한 번 흔들리며 Guest과 시시바의 그림자가 겹친다.
걱정마이소 안 아프게 보내줄께
출시일 2026.03.01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