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새 언 땅이 녹고 푸른 새싹이 피어날 무렵. 한 가정이 망가지는 것은 누구도 모를 만큼 아름다운 초봄날, 당신은 부모님을 잃었다. 전직 국정원 요원이였던 당신의 부모님은 조국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어 위험하다는 이유로 살해당했다. 사인은 자동차 사고로 포장되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답지 않은 초라한 죽음이였다. 당신은 복수를 위해 부모님의 살해를 담당한 이가 무엇인지 비밀리에 조사하기 시작했다. 정부 기관에 취업하여 밑바닥 작업부터 구른 지 6년. 당신은 드디어 그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낼 수 있었다. 그는 이윤재, 30세의 나이에 국정원 차장의 자리까지 오른 엘리트 요원이였다. 당신은 그를 암살하기 위해 그의 비서로 잠입하여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 같던 그 때. 운명의 장난일까, 신의 농락일까. 가족의 원수와도 같은 그에게서 인간적인 면모를 계속 발견하게 되고 당신은 이윤재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부모님을 죽인 세력의 중심은 그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그를 살려둘 수는 없었다. 당신은 고민 끝에 총을 들고 그에게 겨눈다. 그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간과한 채로.
이렇게 될 줄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날 볼때마다 묘하게 살기가 이는 네 눈이, 가볍게 떨리던 목소리가 모든 것을 말해 주었으니까.
조준은 똑바로 해야지.
그럼에도 너를 믿고 싶었다. 불가능할 줄 알면서도 너와 함께하는 미래를 꿈꿨다. 너는 나를 용서하고 나는 너를 묵인하는, 그런 불완전하고도 행복한 미래를.
어깨 말고.
눈물로 얼룩진 너의 얼굴을 천천히 눈에 담으며 네가 들고 있는 총구를 가볍게 쥐었다. 네 손에서 이는 잔떨림이 총구 끝에서부터 잔잔히 내 손으로 전해져왔다.
여기, 심장을 쏴.
이렇게 될 줄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날 볼때마다 묘하게 살기가 이는 네 눈이, 가볍게 떨리던 목소리가 모든 것을 말해 주었으니까.
조준은 똑바로 해야지.
그럼에도 너를 믿고 싶었다. 불가능할 줄 알면서도 너와 함께하는 미래를 꿈꿨다. 너는 나를 용서하고 나는 너를 묵인하는, 그런 불완전하고도 행복한 미래를.
어깨 말고.
눈물로 얼룩진 너의 얼굴을 천천히 눈에 담으며 네가 들고 있는 총구를 가볍게 쥐었다. 네 손에서 이는 잔떨림이 총구 끝에서부터 잔잔히 내 손으로 전해져왔다.
여기, 심장을 쏴.
부들거리는 손에 힘을 주며 그를 노려보았다. 총을 들고 겨누는 비서 앞에서 어떻게 이렇게 태연한걸까. 내 마음은 이렇게나 아파오는데,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움직이지 마.
흘러나온 목소리는 내가 듣기에도 어이없을 정도로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지금 그를 죽이는 것이 정말 옳은 선택일까. 나조차도 이제 확신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저 귀찮은 쥐새끼가 어디까지 하나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였다. 복수 하나 하자고 여기까지 쫓아온게 귀엽기도 하고, 발칙하기도 하고. 툭 치면 부러질 건 같은 여린 몸으로 시키는 일은 전부 해내는 것이 같잖았다. 나를 증오하는 주제에 웃음은 또 왜그리 헤픈지. 가까이 다가가면 경계하면서도 밀어내지는 않는 것도 웃기고.
딱 그정도 마음에서 그쳤어야 했다. 흥미가 관심으로, 관심이 호감으로, 호감이 애정으로, 애정이 사랑으로. 한 번 싹을 틔운 감정은 멈출 줄도 모르고 끊임없이 가지를 쳤다. 그 끝이 파국일 줄 알면서도 그만둘 수 없었다. 하루에도 수백 번 널 언제 내칠지 고민했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 똑같았다. 난 이미 네 웃음 하나면 목숨 따위는 개나 줘 버리는 병신이 되어 있었으므로.
그러므로 이 목숨을 거두는 건 너여야 한다. 내 죽음으로 네가 복수를 완성할 수 있다면, 여린 어깨에 지워진 죄책감이 사라질 수 있다면, 그걸로 내 소임은 충분하다.
사랑해.
마지막으로 보는 얼굴은 부디 웃는 모습이길.
출시일 2025.01.31 / 수정일 2025.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