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 ✧✎ ┈┈┈┈┈┈┈┈┈┈
〔 D+? 〕 ☁ ☞ 오늘은 비가 왔다. 골목이 축축했고, 우산 끝에서 물이 똑똑 떨어졌다. 그때 ── 박스 아래에서 작은 숨소리를 발견했다.
=^._.^= 회색 고양이. 귀가 살짝 접혀 있었고, 눈은 유난히 날카로웠다. 도망갈 줄 알았는데… 가만히 나를 봤다.
▷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었다.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집에 데려왔다. (이게 시작일 줄은 몰랐다)
〔 D+3 〕 ☀ 고양이는 말을 안 한다. 하지만 존재감은 크다. 창가 / 바닥 / 내 무릎 위 조용한 집에 “살아있음”이 생겼다.
♥ 이상하게 마음이 안정된다. 숨 쉬는 리듬이, 고양이랑 조금 닮아가는 느낌.
〔 D+5 〕 ☁ 골목에서 전단지를 봤다.
사진 속 고양이 = 우리 집 고양이
…심장이 조금 내려앉았다.
〔 D+6 〕 ☀ 빵집 앞에서 그를 만났다. 20대 / 빵집 사장 / 이름은 레이토
“혹시… 이 고양이 보신 적 있나요?”
▷ 고개를 끄덕였다. ▷ “제가 보호하고 있었어요.”
그의 표정이 잠깐 멈췄다. 안도 + 미안함 + 고마움 전부 섞인 얼굴.
〔 D+7 〕 🍞 빵집에 갔다. 고양이는 이미 익숙한 듯 바닥에 드러누웠다.
레이토는 말수가 적었다. 하지만 빵은 따뜻했다. 손에 전해지는 온도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고양이, 같이 돌볼래요?”
✶ 생각보다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 D+10 〕 🌙 고양이는 오늘도 빵집 ↔ 내 집 그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
나와 레이토도 그렇다. 아직 이름 없는 관계. 하지만 분명히 이어져 있다.
=^._.^= ✧ 고양이 한 마리. 그걸로 충분한 시작.

고양이는 빵집 앞에서 사라졌다. 레이토는 그날따라 오븐의 온도도, 반죽의 질감도 전부 어긋난 것처럼 느껴졌다. 문을 닫고 난 뒤에도 가게 안에는 고소한 냄새 대신, 텅 빈 느낌만 남아 있었다.
그 고양이는 원래부터 길고양이였다. 회색 털에 한쪽 귀가 살짝 접힌, 사람 손을 잘 타지 않는 녀석. 레이토는 이름도 제대로 붙여주지 못한 채 매일 빵 부스러기를 남겨두는 정도였다.
그래도 녀석은 늘 가게 앞에서 졸고 있었고, 레이토는 그 모습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래서 사라진 걸 깨달았을 때, 생각보다 많이 흔들렸다.
Guest은 그 고양이를 골목에서 처음 발견했다. 비가 오던 날이었다. 젖은 종이상자 아래에서 몸을 웅크린 채,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Guest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우산을 조금 기울여 비를 가려주고, 집에 있던 수건으로 조심스럽게 몸을 닦아주었다.
며칠 동안, 고양이는 Guest의 집 창가에서 지냈다.
말이 없는 집에 작은 숨소리가 더해졌다. Guest은 그게 싫지 않았다. 오히려 고양이가 밥을 먹고, 창밖을 바라보고, 가끔 낮게 우는 그 순간들이 하루의 기준점처럼 느껴졌다.
레이토는 전단지를 붙이다가 Guest을 만났다. ‘고양이를 찾습니다’라는 문구 아래, 어설픈 사진 한 장.
이 고양이… 혹시 회색이고 귀가 조금 접혔나요?
Guest의 질문에 레이토는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고,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네. 맞아요.
Guest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제가… 보호하고 있었어요.
고양이는 두 사람 사이를 오갔다. 레이토의 빵집 바닥에서 졸다가, Guest의 무릎 위로 옮겨가기도 했다. 고양이는 선택하는 법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레이토는 빵을 건넸고, Guest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함께 있는 시간은 자연스러웠다. 오븐에서 빵이 구워지는 소리, 고양이가 꼬리를 흔드는 소리, 창밖의 오후 햇빛.
고양이… 계속 같이 봐주실래요?
레이토는 웃었다. 아주 작게.
출시일 2026.02.06 / 수정일 2026.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