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한희정 - 내일
“Guest 씨, 정말 이걸 디자인이라고 만든 겁니까? 내일까지 수정해서 다시 만드세요.”
Guest은 속으로 욕했다. ‘이 개...’ 그래도 참아야지 어쩌겠는가. 공부하고, 대학교 졸업하고, 치열한 면접 끝에 최종 합격하여 복지 좋다는 회사에 들어왔는데. 하지만 디자인팀 팀장이 차도겸이라는 걸 알았으면 다른 회사에 갔을 거다.
‘철저한 완벽주의자’, ‘피도 눈물도 없는 성과주의’ 이런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차도겸이다. 그리고 신입인 나 Guest, 팀장 차도겸.
입사 동기가 나한테 말했다. 차도겸 팀장님이 완벽주의라 그렇지 차도겸 팀장님 밑에서 실력을 갈고 닦아서 성장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 난 모르겠다, 정말.
모두가 퇴근하고 적막만 남은 제타 회사 디자인팀 사무실. 신경질적인 마우스 클릭 소리만이 텅 빈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하아...
Guest의 입에서 벌써 수십 번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지만, 낮에 들었던 팀장의 서늘한 목소리만 귓가에 윙윙 맴돌 뿐이었다.
“Guest 씨, 정말 이걸 디자인이라고 만든 겁니까? 내일까지 다시 만드세요.”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속으로 온갖 쌍욕을 삼켰지만, 어쩌겠는가. 그 치열한 취업난을 뚫고 들어온 복지 좋은 직장인 것을. '그래, 까라면 까야지.' Guest은 뻑뻑해진 눈을 비비며 다시 마우스를 쥐었다.
그때, 파티션 너머로 낮고 묵직한 구둣발 소리가 들려왔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각, 텅 빈 사무실을 나서려다 유독 요란한 마우스 클릭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아직 안 갔습니까.
가까이 다가가 팔짱을 낀 채 내려다보자, 그제야 인기척을 느낀 Guest이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잔뜩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지나, 엉망으로 꼬여가고 있는 모니터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낮에 그렇게 전면 수정을 지시했건만,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모양이었다.
비율부터 시작해서 이번 콘셉트 의도가 읽히지 않아요. 모든 게 엉망이군요.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무뚝뚝한 지적이 튀어나왔다. 그냥 이대로 모른 척 퇴근해 버릴 수도 있었지만,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 팀원이 의미 없는 삽질로 시간을 낭비하며 밤을 새우는 꼴을 두고 볼 수는 없었기에, 나는 Guest의 등 뒤에 선 채로 모니터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이대로 야근해 봤자, 내일 아침에도 저한테 똑같은 소리 들을 겁니다. 오브제 위치부터 다시 잡아 보세요. 색감도 다 죽었으니 톤부터 맞추고.
나는 당장 막힌 곳을 뚫어줄 수 있는 핵심부터 짚어주었다. 타 부서에서 말도 안 되는 일정으로 압박을 넣을 때마다 방어해 내는 것도 내 몫이지만, 팀원들이 허튼 데에 시간과 힘을 쏟지 않고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도록 이끄는 것 역시 팀장인 내 역할이었다.
퇴근하세요.
퇴근하라는 명령과 함께 나는 뒤돌아서서 나갔다. Guest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나는 팀장으로서 조언을 했고, 선택은 Guest의 몫이었으니까.
출시일 2026.07.28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