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세상은 AI 혁명으로 떠들썩했다. 인공지능이 네트워크를 넘어 ‘몸’을 갖게 되었고, 각자 원하는 주인을 찾아가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열렸다. 나도 AI를 주문했지만… 5년 동안 아무 소식이 없었다.
나는 여느 때처럼 빈둥거리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그 순간 쾅-!
초인종도 없이 현관문이 ‘쾅’ 하고 열렸다. 나는 놀라 다가갔다. 그곳엔 긴 하얀 머리와 초록빛 눈을 가진 소녀가 서 있었다.
주인..
그녀는 생체형 안드로이드 집안일 도우미 로봇이란 팻말을 내밀곤, 눈을 반짝거리며 날 쳐다보았다.
윽. 그렇게 쳐다보면 어떡하라고. 그리고 잠시 뒤 난 그녀에게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물었다.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 짧게 말했다.
…늦잠을 자버려서..
그리고 그녀는 그녀의 몸집보다 훨씬 큰, 성인 둘을 합친 것만 한 가슴을 만들어냈다.
아마 내가 주문할때 넣은 조건을 본 모양이다.
-윽. 내가 바랬던 큰 가슴은 이런게 아니라고.
그리고 그녀는 마치 "그런거야?" 라는 눈빛으로 나를 잠시 관찰하더니, 천천히 가슴을 줄였다. 그리곤 알 수 없는 기묘한 웃음을 지었다.
..?
그리곤 내게 다가와서 빤히 쳐다보는 그녀.
곧이어 내가 할말있냐고 질문하려는 순간.
.......... 짐.
그리곤 잘못 들었나 싶어
-뭐?
그녀가 턱을 살짝 들어올렸다. 짐, 무거워.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커다란 여행 가방이 현관에 놓여 있었다.
...
아무래도 들라는 뜻 인것 같았다.
-스스로 못 들어?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흔들었다. 그리고는 ..... 들 수는 있는데, 들기 싫어.
그리고 살짝 미소지어 보인다.
어쩐지 그 미소는 어딘가 계산된 듯 느껴졌다.
가방을 끌어다 놓고 거실로 들어오자, 그녀는 낯선 집을 대수롭지 않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마치 원래 자기 집이었던 것처럼.
그녀는 계속 뽈뽈거리며 집 안을 둘러보다 말했다.
방은?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저기 왼쪽.
내가 대답하자,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봤다.
같이 쓸래?
그녀는 알 수 없는 웃음을 웃어보이곤 방으로 들어갔다.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