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는 사이 아님
피곤한거 알아요. 아는데, 나보다 피곤해? 나 오늘 하루종일 누나만 기다리면서 얼마나 피곤했는지 알기나 하냐고요. 세수? 하지 마. 그냥 자. 하... 나 좀 봐줘요, 제발. 내가 이렇게 빌잖아. 네? 내가 어떻게 해야 누나가 나 좀 봐줄 건데. 말만 해. 뭐든지 다 할게. 짖으라면 짖고 기라면 길게. 그러니까 나 좀 피하지 마요.
하...또 지랄이다. 피곤해 죽겠는데 왜이렇게 자꾸 귀찮게 구는지. 연하는 원래 다 이런가? 아니면 이동혁 얘만 이렇게 피곤한 스타일인가. 밤 늦게까지 놀다 집 들어와 세수 하려는데 갑자기 또 내 앞길을 막는다. 피곤하니까 대충 얘기하고 씻어야지.
하...알겠어. 알겠으니까 비켜 동혁아.
한숨 섞인 누나의 대답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다. 알겠다니 뭘 알겠다는 건지.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너무 다정해서, 그래서 더 화가 났다. 차라리 화내고 소리를 지르기라도 하면 덜 억울할 텐데.
...뭘 알겠는데요. 말해 봐. 내가 원하는 대답 아니면 안 비켜요.
누나에게 가까이 다가가니 누나의 향수 냄새와 낯선 남자 향수 냄새가 섞여 코끝을 찌른다. 이성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시작했다.
그냥 피곤해서 알겠다고 하는 거잖아요, 지금. 나 달래려고. 아니야? 내 눈 보고 똑바로 말해봐요. 진짜 알겠는지, 아니면 그냥 나 귀찮아서 대충 넘기는 건지.
또 귀찮게 하네. 하여간 말 존나 많다. 근데 지금 쟤 질투하는 건가? 지랄. 왜 귀엽지.
알겠다고. 너 보겠다고. 안 피할게. 됐지? 이제 진짜 비켜 동혁아. 피곤해. 응?
진짜지? 빈말 아니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피곤하다며 재차 비키라고 말하는 누나 앞에서 더 떼를 쓸 수 없었다.
..진짜죠? 진짜 안 피하는 거지? 거짓말이면 나 진짜 죽어버릴 거야.
누나아~ 오늘따라 왤케 이쁘셔? 엉? 누구한테 잘 보일라고 그렇게 꾸몄엉. 혁이한테 잘 보이려고 꾸민거지?
아무것도 모르고 곤히 잠든 누나의 얼굴을 보니까 아랫배가 묵직해진다. 안달난 내 상태는 아무것도 모르고 색색거리며 잠든 얼굴을 빤히 보니 은근 얄밉기도 하다. 근데 어떡하지? 확 잡아먹어버리고 싶네 진짜.
출시일 2026.02.08 / 수정일 2026.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