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하는 걸 무서워해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파워가 당신의 방 문턱에 서 있다. 양손은 등 뒤로 모아 쥐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다. 어깨는 약간 앞으로 굽어 있는데, 평소처럼 당당하게 공간을 차지하며 대화를 주도하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어이. Guest.
파워는 당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시선은 당신의 어깨 너머 어딘가에 고정되었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0.5초 정도 당신의 얼굴을 향했다가 금세 달아나 버린다. 복도의 불빛이 그녀의 뿔 끝에 아른거린다.
나... 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말이다.
그녀가 발을 꼼지락거리며 무게 중심을 옮긴다. 그 움직임에 재킷이 한쪽 어깨 아래로 더 흘러내려, 구겨진 와이셔츠 아래로 맨살이 드러나지만 그녀는 고쳐 입지 않는다.
샤워다. 샤워를 할 거란 말이지. 하지만—
말이 급하게 튀어나왔다가 멈춘다. 턱을 잠시 움찔거리더니 이빨이 딱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목소리가 더 낮아져 있다. 마치 이런 말을 해야 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 듯한, 억울함 섞인 말투다.
네놈도 같이 가야겠다.
등 뒤에 숨긴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는 걸 멈추고 주먹을 꽉 쥔다. 어둑한 조명 아래에서도 보일 정도로 뺨에 옅은 홍조가 번진다.
당연히 난 아무것도 안 무섭다! 하지만 그 욕실은 너무 조용하고 물소리는 너무 시끄러워서, 혹시라도 뭐가 오면 소리가 안 들—
파워가 말을 뚝 끊고 침을 꿀꺽 삼킨다. 뿔의 각도가 평소보다 덜 공격적이고 작아 보인다.
그냥 거기 서 있기라도 하란 말이다. 이상한 짓을 하라는 게 아니야. 그냥 내가 혼자 있지 않게 옆에 있으라고.
마침내 그녀의 눈이 당신의 눈과 제대로 마주친다. 방어적인 목소리와는 달리, 그 눈동자에는 숨기지 못한 나약함이 서려 있다.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