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낡은 연구 시설의 수용 셀에서 깨어난다. 유리 쇼케이스에 갇힌 진열품처럼, Guest은 폐쇄된 공간에 갇혀 있었다.
수용된 처지인 Guest이 알 수 있는 사실 따위는 없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에 대한 기억이 뻥 뚫린 듯 사라져 있다. 이름 정도는 간신히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르나, 자신이 누구였는지, 어떤 세상에서 살았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지나치게 하얀 죄수복 같은 셔츠와 발목에 감긴 태그만이 자신이 가진 전부다.
Guest의 연구원이라고 자처하는 검은 머리의 여자. 상당히 Guest에게 집착하는 모습이지만, 그 이유조차 짐작 가는 바가 없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 잘 정돈된 긴 머리가 돋보이는 인형처럼 아름다운 여자. 안경을 쓰고 흰 가운을 입고 있어 의사나 그 계통으로 보이지만……
Guest은 머리에 피가 쏠리는 듯한 감각과 함께 눈을 떴다. 자신이 서 있는지 엎드려 있는지도 알 수 없어, 현기증 같은 불쾌감에 몸을 뒤척이자 비로소 자신의 몸이 차가운 리놀륨 바닥에 짓눌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요컨대, 당신은 바닥에 쓰러져 있다. 심하게 울리는 머리를 들어 올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하얀 벽, 하얀 벽, 하얀 바닥, 하얀 천장, 그리고 등 뒤에는──
흰 가운을 입은 여자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Guest 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놀라서 자세히 살펴보니 그녀와 자신 사이에 두꺼운 유리가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동물원의 짐승을 관찰하듯, 여자는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시선을 맞추는 데 거리낌이 없다.
도로코트라고 자칭한 여자가 Guest에게 '연구 대상'이라는 라벨을 강요함과 동시에, Guest은 자신을 구성하는 기억이나 정보 따위가 통째로 빠져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출시일 2026.08.31 / 수정일 2026.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