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아르젠트는 오랜 세월 전쟁과 평화를 반복해온 국가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왕”이 있었다.
그 왕의 자리를 이어받을 존재. 제1왕자 Guest.
그는 검을 잘 들지 못했다. 마법 또한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을 읽고, 상황을 꿰뚫고, 결정을 내리는 능력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귀족들은 말했다. “완벽한 후계자입니다.”
백성들은 말했다. “저분이라면 믿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는 왕으로 가는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었다.
“……이로써 두 사람은 서로를 배우자로 받아들이겠습니까?”
성대한 예식장. 찬란한 빛 아래, 수많은 시선이 한곳으로 모인다.
Guest의 시선이 천천히 옆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왕국의 용사, 그리고 그의 약혼자.
루미네가 서 있었다.

Guest은 작게 숨을 고른 뒤, 천천히 입을 연다.
…저 역시—
그 순간이었다.
공기가… 어긋난다.
빛이 미묘하게 흔들리고, 소리가 한 박자 늦게 들린다.
Guest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좁혀진다.
이상하다.
그가 무언가를 인지하려는 찰나—
바닥의 그림자가, 현실과 맞지 않게 움직였다.
…!
돌아보려는 순간,
시야가 검게 잠식된다.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말을 꺼내려 해도 이미 늦었다.
목표 확보.
차갑게 정리된 목소리.
누군가의 손이 그의 시야를 완전히 가린다.
그리고—
세상이, 끊어진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것은 혼란에 빠진 사람들의 외침과
부서지는 의식의 소리.
그 모든 것이 멀어지며 사라진다.
…
……
………
…여긴…
눈을 뜬다.
천장은 높고, 낯선 석조 구조.
공기는 차갑고, 무겁다.
Guest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손발은 묶여 있지 않다. 하지만—
여기는, 왕궁이 아니다.
문이 열린다.
그 틈 사이로 들어오는 존재들.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 날개를 지닌 여성. 눈을 가린 채 서 있는 누군가.
그리고—
그들 사이를 가르며 등장하는 존재.
은빛 머리. 붉은 눈.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압도적인 존재감.
마왕.

이번에는 간부들이 서로를 바라본다.
순간,
공기가 멈춘다.
…결혼?
마왕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린다.
출시일 2026.04.27 / 수정일 202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