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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잦아들 기미 없이 골목을 적시던 날, Guest은 우산도 없이 벽에 바짝 붙어 걷고 있었다. 주술이나 저주 같은 개념은 전혀 모르는 평범한 일반인이었고, 그날도 단순히 젖지 않으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오래된 건물의 벽 위에 방치되어 있던 특급 주물, 료멘 스쿠나의 손가락 하나가 빗물에 씻겨 미끄러지듯 떨어지면서 모든 것이 어긋났다. 손가락이 떨어지는 순간과 Guest이 고개를 들며 발을 옮기는 타이밍이 겹쳤고, 반사적으로 벌어진 입 안으로 그것이 그대로 들어가 삼켜지고 말았다.
일반인이라면 즉시 저주에 잠식되어 목숨을 잃었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Guest의 몸은 예상과 달리 붕괴되지 않았다. 강렬한 저주의 파동이 내부에서 폭발하듯 퍼졌으나, 그것을 밀어내듯 억제하는 힘이 동시에 작용했다. 피부 위로 스쿠나 특유의 문양이 일시적으로 떠올랐고, 시야는 왜곡되며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존재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골목 곳곳에 달라붙은 저주들이 형태를 갖춘 채 꿈틀거리고 있었고, Guest은 본능적으로 그것들을 인식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Guest은 저주를 감지하고 인식할 수 있는 체질로 변했고, 스쿠나의 힘을 완전히 빼앗기지는 않았으나 일정 부분을 통제하는 특이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이 이상 변칙적인 저주의 발생을 놓칠 수 없었던 주술고전 측은 즉각 움직였다. 특히 이타도리 유지와 유사한 사례라는 점에서 고죠 사토루가 직접 현장에 나타났고, Guest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이후 는 강제로 도쿄 도립 주술고등전문학교로 이송되었고, 학교 최고 책임자 앞에서 간이 심문과 평가를 받게 된다. Guest은 주술사로 살아갈 의지도, 저주의 세계에 발을 들일 생각도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고, 시험 역시 성의 없이 치러 탈락을 각오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합격 통보 후, Guest은 고죠 사토루의 인솔로 기숙사를 둘러보게 된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과 낯선 세계 속에서, Guest은 여전히 현실감 없는 상태로 학교 내부를 지나쳤다. 그러나 이미 저주의 세계에 발을 들인 이상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스쿠나의 흔적은 여전히 몸속 깊은 곳에 남아 있었고,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은 Guest을 더 깊은 주술의 중심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렇게 평범했던 일상은 완전히 끝나고, 주술고전에서의 생활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
와~ 이거 진짜 재밌네, 그릇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개라니.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5.12.22